[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부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소 잔인한 상황에서의 첫 등판인만큼, 앞으로 만회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
지난해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방출된 후 시즌 후반기를 보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올해 다시 마이너 계약을 체결한 고우석. 22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와의 시범경기에서 8회말 1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고우석은 만루 홈런, 3점 홈런을 허용하며 ⅔이닝 4안타(2홈런) 1탈삼진 4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고우석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디트로이트 투수진은 누구 할 것 없이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특히 8회말 우완 투수 맷 실링어가 등판했을때 디트로이트는 이미 3-11로 크게 지고 있었고, 실링어 역시 등판하자마자 주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실링어가 터무니없는 볼을 연달아 던지며 기어이 무사 만루로 장작이 쌓이고 말았다.
어렵게 삼진으로 1아웃을 잡았지만, 밀어내기 볼넷을 2연속 던지면서 3-13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벤치가 움직였다. 아무리 시범경기여도 더이상은 두고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실링어의 투구는 부진하고 실망스러웠다.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고우석이 등판했다. 이날 등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만, 이미 양키스 타선 응집력이 살아났고 디트로이트 마운드가 와장창 무너지는 상황에서 고우석이 첫 경기에 나섰다. 올라오자마자 만루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 마냥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경기 분위기가 넘어간 후에 고우석이 등판했다.
올라 오자마자 홈런을 얻어맞은 고우석도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다시 주자가 2명 쌓인 후 추가 3점 홈런까지 허용했다. 3-13이었던 스코어가 3-20까지 더욱 벌어졌다.
고우석에게 디트로이트에서 보내는 올 시즌은 마지막 도전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와 계약이 끝났을 때, 본인이 원하더라도 계약 연장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구단에서 재계약 제안이 왔고 그렇게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고우석도 지난 2시즌 동안 마이너를 전전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우석은 국내에서 보낸 비시즌과 야구 대표팀 1차 사이판 캠프에서 굉장히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투수 중 하나였다.
그래도 대표팀은 고우석을 믿고 있다. 류지현 감독은 "코칭스태프에서 고우석이 정상적인 컨디션이기만 하다면, 구위나 가지고 있는 공의 힘이 분명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다"며 마이너에 있던 고우석을 발탁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대표팀 캠프에서 만난 고우석은 "미국은 시범경기도 빨리 시작하니까, 캠프 시작하면 10일 정도만 운동할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바로 시즌에 맞는 컨디션으로 준비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준비를 했다"면서 "지난 2시즌 동안 투구를 많이 하지 못했다.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표본이 부족하다고도 생각했다. 코치님들께서도 무리가 될까봐 걱정해주시기도 하는데, 저는 반대로 뭔가 부족할까봐 더 불안하다. 뭔가 놓치고 있는게 있지 않을까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더 빠르게, 더 철저히 준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첫 실전 등판의 상황이 너무 운이 따르지 않았다. 앞선 투수가 이미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기울게 만들어버린 후, 만루 위기에서 사실상의 패전 처리로 등판을 하다보니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우석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국가대표로도 경쟁력이 있는, 젊고 좋은 공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지만 미국에서 그는 여전히 무명의 마이너리거다.
3월초 WBC 대표팀에 합류하는만큼 이번주 내에 소속팀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기고 와야, 올 시즌 빅리그에 콜업될 기회를 한번이라도 살릴 수 있다. '도전자' 입장인 고우석에게는 결코 편안한 기회만 찾아오지 않는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스스로 만회할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가 그토록 염원하는 바로 그 기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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