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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분해] 바다에 '길'을 만든다…GPS 교란에도 남는 항로표지

by 스포츠조선
[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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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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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바다 안전부터 해양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양수산 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그 역할과 중요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해양수산부와 소속 기관의 업무를 하나씩 '분해'해 살펴보는 기획 기사를 매주 1차례 송고합니다.]

"훌쩍 커 있는 아이들을 보면 뭉클할 때도 많았지만, 바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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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마라도 등대에서 근무하는 김순일(56) 마라도 항로표지관리소 소장은 20여 년의 근무 경력을 떠올리며 21일 이처럼 말했다.

김 소장처럼 등대를 비롯한 항로표지를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해양수산부 소속 항로표지관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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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등대지기'라고도 불렀지만, 이는 일본식 표현으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등대 근무는 안전 점검 등을 제외하면 보통 1명이 교대로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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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한 달에 20여 일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김 소장은 "아이들이 한창 클 때 곁에 있지 못했다"며 "예전에는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해 새벽에 편지를 써두고 출근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등대가 태풍 길목에 있어 비바람을 견디다 보면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면서도 "등대의 역할과 책임감을 늘 되새기며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다에도 육지의 도로처럼 선박이 오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선박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 바로 항로표지다.

항로표지는 선박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섬, 곶, 항만, 등에 설치된 인공 시설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유인·무인 등대를 포함해 약 5천90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항로표지의 설치와 관리를 담당하는 곳이 해양수산부 항행정보정책과다.

최근에는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등대가 세워졌다.

당시 승객 267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항로를 이탈하면서, 항로를 보다 명확히 식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해수부는 지난달 10일부터 신속히 설치할 수 있는 임시 등대를 제작해 운영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식 등대는 설계와 공사에 시간이 걸리지만, 사고가 발생한 만큼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조립식 임시 등대를 설치했다"며 "통상적으로는 어민과 선사 의견을 반영해 5년마다 항로표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설치한다"고 말했다.

항로표지는 선박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시설이다.

선박은 자동차처럼 즉시 멈출 수 없고, 최단 정지거리도 선박 길이의 6∼12배에 달한다.

특히 바닷길은 중앙분리대가 없는 좁은 길과 같아 안개가 끼거나 야간에는 암초나 얕은 수심을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때 항로표지는 항로의 시작과 변경 지점, 위험 요소 등을 알려줘 속력 조절과 위치 파악을 돕는다.

최근 GPS 기반 항해가 보편화됐지만 항로표지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해수부는 항로표지를 항해자가 맨눈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보루'라고 설명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GPS는 약 2만㎞ 상공에서 전파를 송출하기 때문에 지상 도달 시 신호가 약해지고, 전파 교란이나 장비 고장 시 무력화될 수 있다"며 "항로표지는 가장 직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대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선원들도 항로표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특정 항만에 입항하기 전 해당 시설의 이상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며 "국립해양조사원 등 관계 기관에서도 이를 공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항로표지의 운영률은 국제항로표지협회 기준인 99.8%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GPS 교란에 대비해서는 지상파 항법시스템 '이로란(eLoran)'을 운영 중이다.

포항, 광주, 소청도 등 3곳의 송신국을 통해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위성이 아닌 지상 송신 방식을 사용해 전파 교란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개발을 시작했지만, 실제 운용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서해 북부 해역은 GPS 전파 교란이 잦아 자칫 선박이 북측 해역으로 이동할 위험이 있다"며 "어업지도선과 해경 함정에 수신기를 설치해 어선들이 위치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휴대전화를 활용한 위치 확인도 가능해졌다.

해양안전 앱 '해로드'는 2014년 보급 이후 현재까지 약 2천700명의 생명을 구조하는 데 기여했다.

이 앱을 실행하면 해경 상황실로 위치 정보가 즉시 전송돼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루질 중 길을 잃은 40대 부부가 해당 앱을 통해 위치를 전달해 무사히 구조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해수부는 앞으로 기존 항로표지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항로표지'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집된 해양·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항해를 지원한다.

또 친환경 규제에 맞춰 항로표지선과 부표정비선 역시 저탄소·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시설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항행 지원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며 "바다 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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