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은 추임새이자 훅(Hook)이다.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후렴을 제외한 가사는 시대가 채워왔다. 아리랑의 어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속이 아리다'의 감정어, '아름다운 님'을 부르는 말이라는 해석이 있다. 북방계 언어에서 '완만한 고개'를 뜻한다는 설, 의미 없는 추임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리랑 노래는 사라지지 않았다. 변주를 거듭하며 한국 음악의 핵심 코드가 됐다.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재생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의 출발은 정선의 '아라리'였다. 산길을 오르내리는 몸의 호흡이 리듬이 됐고, 장돌뱅이와 짐꾼들이 고개를 넘으며 퍼뜨렸다. 1860년대 경복궁 중건 당시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후렴 위에 얹었다. 노래는 살이 붙으며 형태를 갖췄다.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은 노래의 정서를 바꾼 계기였다. 기존 선율에 식민지 감정이 결합되며 노동과 유흥의 노래는 '한(恨)'의 상징으로 재해석됐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아리랑의 정조는 이때 자리잡은 것이다. 이는 아리랑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시대가 덧씌운 감성이었다.
아리랑은 정형화된 노래가 아니다. 정선아리랑은 느리고 질펀하다. 산길의 호흡이 길게 늘어진다. 진도아리랑은 꺾고 떠는 소리로 슬픔과 흥을 동시에 밀어 올린다. 밀양아리랑은 세마치장단 위에서 축제의 흥을 이끈다. 유네스코는 아리랑을 60여 종, 3,600여 곡으로 추산한다. 후렴만 같고 가사는 모두 다르다. 아리랑은 이별·설움을 노래하는 서정가였고, 때로는 노동의 장단을 맞추는 노동요였다. 일제강점기 이후엔 저항과 연대의 상징으로, 오늘날에는 축제와 응원의 떼창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그래서 아리랑은 늘 현재형이다. 누군가 가사를 다시 채워 넣으면 새로운 아리랑으로 되살아난다.
BTS(방탄소년단)가 지난 21일 광화문 공연에서 5집 무대를 처음 선보였다. 이날 공연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마당이었다. 특히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후반부에 삽입된 아리랑이 국립국악원 가창자와 연주자들의 라이브로 울려 퍼지는 순간, 옛 민요는 현대 리듬에 녹아들었다. 아미(Army)들은 "아리랑 아라리요"를 따라 부르다가 곧바로 타이틀곡 '스윔(Swim)'을 떼창했다. 멤버 슈가는 "지켜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고, RM은 "답은 밖이 아닌 안에 있었다"고 밝혔다.
K-팝의 세계화는 어려운 숙제다. 전통을 강조하다보면 박제가 되고, 지워버리면 뿌리 없는 존재가 된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아리랑의 정신은 형식을 열어두되, 감정을 공유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리랑의 후렴을 따라 부르며 각자의 서사를 노래하면 된다. 광화문에 울려 퍼졌던 아리랑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었다. 아리랑은 지금도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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