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투수의 물리적 한계? 그 편견, 밀러가 23년 만에 깬다..."역사에 없던 K%와 피안타율→사이영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메이슨 밀러가 지난 15일(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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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사이영상이 선발투수의 '전유물'이라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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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제정 이후 수상자 129명(연인원) 가운데 불펜투수는 9명 뿐이다. 가장 최근 사이영상의 영광을 안은 릴리버는 2003년 LA 다저스 에릭 가니에다.

그는 그해 77경기에 등판해 82⅓이닝을 던져 55세이브, 평균자책점 1.20, 137탈삼진, 피안타율0.133, WHIP 0.69를 마크하며 내셔널리그(NL) 최고 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투표 기자단 32명 중 28명이 그에게 1위표를 줬고, 나머지 4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이슨 슈미트와 시카고 컵스 마크 프라이어에 똑같이 2개의 1위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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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니에는 55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역사상 가니에보다 위대한 시즌을 보낸 클로저는 없다. 재밌는 건 그해 다저스는 85승77패로 NL 서부지구 2위에 그쳐 포스트시즌에 오르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현 다저스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가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던 시즌이다.

에릭 가니에는 2003년 100%의 세이브 성공률을 앞세워 NL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AP연합뉴스

가니에를 마지막으로 불펜투수는 작년까지 22년 동안 사이영상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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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시즌 초 감지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파이어볼러 메이슨 밀러가 무자비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며 사이영상 후보로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

일단 기록부터 보자. 올시즌 8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살렸다. 양 리그를 합쳐 세이브 1위다. 11경기에서 11⅓이닝을 던져 2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삼진 27개를 잡아냈다. 평균자책점 '제로', WHIP 0.35, 피안타율 0.056을 마크 중이다. 아직 4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23년 전 가니에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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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것은 탈삼진 능력이다. 올해 상대한 타자 38명 중 27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탈삼진율 71.1%다. 현대야구의 출발점인 1900년 이후 시즌 첫 11경기에서 이같은 탈삼진율을 올린 투수는 없었다.

게다가 밀러는 지난해 8월 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이후 지난 20일 LA 에인절스전까지 31경기 및 32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이다. 샌디에이고 역대 이 부문 최장 기록인 2006년 클라 메레디스의 33⅔이닝을 따라잡기 직전이다.

크레이그 스태먼 샌디에이고 감독은 20일 에인절스전 승리 후 "밀러는 한결같은 투수라는 점이 경이롭다. 매번 등판할 때마다 최고 수준의 피칭을 한다. 쉽지 않은 일이고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가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고 슬라이더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우리는 늘 말한다. 그러나 매일 똑같은 피칭을 한다는 점이 그 무엇보다 위대한 것 같다"고 극찬했다.

메이슨 밀러. Imagn Images연합뉴스

결국 사이영상 후보에 밀러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스포츠베팅업체 드래프트킹스가 21일 공개한 '2026년 NL 사이영상 배당률'을 보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폴 스킨스가 +260으로 1위이고, 2~5위는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380), 필라델피아 필리스 크리스토퍼 산체스(+550),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크리스 세일(+950), 그리고 +1500을 제시받은 밀러다.

마무리 투수로 '톱5'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발 에이스를 제치고 마무리가 사이영상을 받기는 어렵다. 2024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엠마누엘 클라세는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1을 올리고도 AL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그쳤고, 작년 보스턴 레드삭스 아롤디스 채프먼은 32세이브, 평균자책점 1.17의 성적으로 AL 사이영상 투표에서 겨우 7위에 올랐다.

선발투수는 마무리 투수보다 평균적으로 투구이닝서 3배를 더 던진다. 마무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평균자책점과 WHIP, 피안타율, 탈삼진율이 필요하다. 지금의 밀러라면 손색없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 CBS스포츠라인은 이날 '메이슨 밀러가 사이영상 배당률 톱5에 포함됐다. 그가 수상하기 위한 조건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1.1%의 삼진율이 시즌 내내 유지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기록들은 가능하다. 70이닝, 평균자책점 0.60, WHIP 0.70, 52 기회에서 50세이브, 124탈삼진, 12B, WAR 5,6을 기록할 수 있을지 유심히 볼 것'이라며 밀러의 사이영상 수상 조건을 언급했다.

밀러는 올시즌 최고 103.4마일, 평균 101.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헛스윙율 76.9%의 살인적인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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