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cm 차이! 다저스가 보여준 역대급 '칼끝' 진기명기…심판 망신? 잘 나가는 선수만 가능한 '묘기'

다저스 달튼 러싱. AP연합뉴스
4회초 맥스 먼시의 ABS 챌린지 결과. 사진=SPOTV나우 영상 캡쳐
8회초 맥스 먼시의 ABS 챌린지 결과. 사진=SPOTV나우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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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심판들의 전국 망신 챌린지인가, 슈퍼스타들의 기량 증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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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한국시각)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 역대 가장 기념비적인 ABS 챌린지 승리가 다저스에서 잇따라 나왔다.

이날 다저스가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다저스의 달튼 러싱이 타석에 들어섰다. 러싱은 빅리그 2년차, 올해 25세의 젊은 포수지만 올시즌 초 타율 4할4푼4리 7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핵심으로 거듭난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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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싱은 볼카운트 3B1S에서 샌프란시스코 선발 랜던 루프의 바깥쪽 공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자 망설임없이 헬멧을 치며 챌린지를 신청했다. 판정이 나오기도 전에 보호장비를 벗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ABS 결과는 0.1인치(0.25㎝) 미만으로 존에 바짝 붙은 '볼'이었다. 러싱은 당당하게 걸어나갔고, 다저스는 다음 타자 김혜성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만회했다. 이날 다저스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이날 8회에는 더 엄청난 선구안이 나왔다.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임한 맥스 먼시는 볼카운트 2B1S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 에릭 필러의 98마일(약 158㎞) 바깥쪽 빠른공에 챌린지를 신청했다.

맥스 먼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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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타자가 이겼다. 이번에도 0.1인치 미만의 간격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갈렸다. 공식 기록은 무려 0.16㎝. 이 정도 차이를 순간적으로 눈치챈 타자의 괴물스러움을 칭찬해야할지, 이걸 놓친 심판을 굳이 탓해야하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ABS(자동볼판정 시스템) 챌린지를 도입했다.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ABS 시스템을 만들고 테스트해온 미국이지만, 선수 노조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챌린지' 형태로 제한 도입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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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챌린지는 팀당 2번씩 주어지며, 성공하면 횟수가 유지되지만 실패하면 소모된다. 팀 전체에 주어진 기회가 2번 뿐인데도, 신청자는 타자와 투수, 포수로 제한된다. 때문에 프로야구 비디오판독처럼 벤치에서 전략적으로 쓰는 타이밍을 조절할 수 없다.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도 조심스럽다. 슈퍼스타라고 한들 순간적인 감정으로 챌린지를 신청했다가 실패하면 벤치의 레이저빔 시선을 받아야한다. 신청하기에 앞서 자신의 선구안에 대한 확고한 믿음, 그리고 자신감이 필요하다.

맥스 먼시. AP연합뉴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번 시즌 평균 챌린지 성공률은 무려 53%에 달한다. 그만큼 메이저리거들이 절제된 심경으로 정확하게 판정을 뒤집고 있다는 뜻. 타자 쪽 성공률은 46%(290/625), 투수 쪽은 59%(435/732)다.

팀 단위로 보면 수비할 때 가장 판정뒤집기 성공률이 높은 팀은 캔자스시티 로열스(19/12)다. 공격 시 기준으로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14/17)다. 이는 곧 팀과 소속 선수들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시즌초에는 심판들의 오심이 화제가 됐다. ABS 도입에 찬성했던 심판 노조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다. 앙헬 에르난데스, 마이크 에스타브룩, 젠 파월 등 볼판정이 부정확한 것으로 유명한 심판들은 연속으로 ABS의 검증을 받는 안쓰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다만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심판들의 '오심'을 바로잡고, 더 나아가 망신을 주는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오히려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는 재미 중 하나로 떠올랐다는 시선도 있다. 향후 메이저리그가 '야구 전통론자'들의 주장을 누르고 한국처럼 ABS 전면 도입에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베이스볼서번트가 제공하는 '전날의 ABS 챌린지 결과(오른쪽)'와 전체-타자-수비 측 챌린지 성공률. 사진=베이스볼서번트 캡쳐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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