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과거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국내 팬들의 공분을 샀던 버치 스미스(36·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메이저리그(MLB) 복귀 후 연일 승승장구하며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미스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 구원 등판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이날 디트로이트는 선발 잭 플래허티가 2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허용하며 6실점으로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1-6으로 크게 뒤진 3회말, 팀의 추격 의지를 살리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이가 바로 스미스였다.
스미스는 첫 타자 스펜서 스티어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곧바로 안정을 찾았다. 타일러 스티븐슨을 뜬공으로 처리한 뒤 윌 벤슨과 키브라이언 헤이즈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삭제했다. 특히 벤슨을 잡을 때 던진 시속 94.5마일(약 152km)의 강속구와 헤이즈를 솎아낸 82.8마일(약 133km)의 예리한 커브 조합이 돋보였다.
4회에도 위기관리 능력은 빛났다. 유격수 방면 2루타로 무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들을 삼진과 뜬공, 땅볼로 요리하며 실점 없이 임무를 마쳤다. 이날 스미스의 최종 성적은 2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총 26개의 공 중 17개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는 공격적인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스미스는 올시즌 디트로이트에서 2경기 3⅓이닝 2안타 2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믿을맨'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호투가 한국 팬들에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가 남긴 짙은 상처 때문이다.
지난 2023년 한화 이글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스미스는 단 2⅔이닝 만에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이것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KBO리그 등판이었다. 부상 회복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돌아온 것은 갑작스러운 퇴출 소식이었다.
더욱 큰 논란은 그 이후였다. 한 팬이 SNS를 통해 그의 책임감을 지적하자, 스미스는 "쓰레기 나라(Trash country)에서 잘 지내"라는 도를 넘은 비하 발언을 남겨 국내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실력도 인성도 모두 낙제점을 받은 '역대급 외인'으로 기억된 이유다.
한국을 떠난 뒤 스미스는 2024년 마이애미와 볼티모어를 거치며 4승을 수확하는 등 빅리그 잔류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올해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개막 로스터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동료의 부진으로 얻은 콜업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4일 밀워키전 복귀전(1⅓이닝 무실점)에 이어 이날 경기까지 연달아 호투하며 디트로이트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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