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매 경기 파워에이드 샤워를 받고 싶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하던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머리 위로 노란색 파워에이드 폭포가 쏟아졌다. 범인은 이날 휴식 차 결장했던 동료 윌리 아다메스. 흠뻑 젖은 채 환하게 웃어 보인 이정후는 "아다메스가 아주 잘 해줬다"며 특유의 넉살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다메스는 남은 음료를 이정후의 통역을 맡은 저스틴 한(한국명 한동희)에게까지 퍼부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바람의 손자'가 리드오프 귀환과 동시에 오라클 파크를 축제 현장으로 만들었다.
이정후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 경기에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등판, 5타수 4안타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샌프란시스코 토니 비텔로 감독은 한 달 만에 이정후를 다시 리드오프로 기용했고, 이정후는 보란 듯이 팀의 6대3 역전승을 설계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우중간 담장을 때리는 3루타로 기선 제압한 이정후는 3회 안타 출루 후 적극적인 주루로 팀의 첫 득점 기록했다. 이후 7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때려내며 결승 홈런의 발판 마련했다.
샌프란시스코는 7회 이정후의 안타로 만든 찬스에서 케이시 쉬미트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시즌 4호)을 터뜨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비텔로 감독은 경기 후 "계속 말해왔지만, 이건 그냥 '이정후가 이정후를 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찾던 확실한 기폭제(Sparkplug)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 초반의 우려를 비웃듯 이정후의 방망이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15경기 성적은 타율 4할3푼9리. OPS 1.334라는 경이로운 수치다.
이정후는 "비결은 준비(Preparation)에 있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쏟은 노력이 이제야 실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타격 코치님들의 도움에 감사하며 지금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필라델피아로 원정 길을 떠난다.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는 아다메스가 다시 1번으로 나설 수 있지만, 우완 상대 시 '리드오프 이정후' 카드는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비텔로 감독은 "이정후가 1번 타자로서 얼마나 편안한지 스스로 완벽하게 증명했다"며 향후 기용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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