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기다림은 길었고, 무대는 화려했지만, 허락된 시간은 짧았다. 송성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마침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빅리거'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
송성문은 27일(한국시각) 멕시코시티의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하프 헬루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멕시코 시리즈' 2차전에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타석'이 아닌 '대주자'로 나선 것이 전부였다.
송성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팀이 7-8로 뒤지던 8회초였다. 2사 2루 상황, 루이스 캄푸사노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하자 크레이그 스템먼 감독은 대주자로 송성문을 선택했다. 송성문은 상대 폭투를 틈타 3루까지 내달리며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후속 타자의 땅볼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8회말 수비 시작과 동시에 프레디 페르민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방망이를 한 번 휘둘러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말 그대로 '깜짝 출연'에 가까운 데뷔였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콜업은 실력에 의한 '승격'이라기보다, 장거리 이동과 고산지대 경기를 고려한 '27인 특별 엔트리'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멕시코 시리즈가 종료됨에 따라 메이저리그 로스터는 다시 26인으로 줄어든다.
'MLB닷컴'은 경기 직후 "송성문은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샌디에이고가 미국 본토로 돌아가며 로스터를 재정비할 때, 가장 먼저 정리될 대상이 송성문이라는 뜻이다.
송성문은 트리플A 20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6안타를 몰아친 기세는 좋았다. 스템먼 감독 역시 "송성문은 우리 팀에 어울리는 선수"라며 덕담을 건넸지만, 실제 기용 방식은 달랐다.
메이저리그 생존의 척도인 OPS(출루율+장타율)에서 송성문은 여전히 0.689라는 아쉬운 수치를 기록 중이다. 빅리그의 탄탄한 내야 뎁스를 뚫고 주전 혹은 확실한 백업 자리를 꿰차기에는 장타력과 압도적인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현지의 냉정한 시선이다.
송성문은 "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지만, 프로의 세계는 의지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멕시코시티의 고지대에서 느꼈던 짧은 전율을 뒤로하고, 그는 다시 텍사스주 엘파소의 뜨거운 마이너리그 구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처지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8회말에만 4실점 하며 애리조나에 7대12로 역전패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샌디에이고가 '데뷔전만 치른' 신예 내야수를 로스터에 남겨둘 여유는 없어 보인다. 송성문에게 이번 멕시코 시리즈는 '꿈의 실현'인 동시에,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절감한 '잔인한 신고식'으로 남게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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