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연수구 선학동 토박이인데 후보들은 투표 전 인사하러 나올 때만 아는 척합니다. 막상 선거가 끝나면 주민들은 '팽' 당하기 일쑤예요."
내달 3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연수갑 지역의 수인선 연수역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의 말이다.
지난 19일 연수역 근처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백발의 유권자는 연수갑 보궐선거에 대해 묻자 고개를 저으며 "누가 나오든 똑같다. 선거에 관심도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연수갑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 느낀 첫인상은 이처럼 냉소 그 자체였다.
같은 연수구이지만, 바로 옆 송도국제도시(연수을)와 원도심(연수갑)이 명확히 대비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는 반응이었다. 연수갑이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기도 했다.
동시에 '이번엔 다를까'하는 기대감도 읽혔다. 원도심 특성상 재건축·재개발, 대중교통망 확충 등 각종 인프라 개선이 이곳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다.
주민들의 서늘한 시선 속에서 '지역 일꾼'을 자처하는 후보들의 선거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국민의힘 박종진·개혁신당 정승연 후보는 아파트 재건축, 옛 송도유원지 부지 개발, 대중교통 확충 등 묵은 현안에 저마다의 해법을 담아 표심을 공략 중이다.
1990년대에 들어선 연수구 원도심 아파트들은 대부분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다.
가장 큰 화두인 재건축을 두고 송영길·정승연 후보는 용적률을 300%대로 대폭 높여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종진 후보는 연수구 지역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민간 시행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치된 옛 송도유원지 부지 활용 방안도 3인 3색이다.
송 후보는 중고차 수출 단지를 대체 부지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대형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해당 부지에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초고층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정 후보는 KTX 송도역에 도심공항터미널을 유치해 송도유원지 일대를 발전시키겠다는 밑그림을 내놨다.
선거 때마다 연수갑 후보들이 어김없이 찾는 옥련시장에서는 한층 뚜렷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장을 보고 나서던 박민호(55) 씨는 "아무래도 민주당이 이곳에서 다선을 했으니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지 않겠나"라며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후보가 이어받았으니 한 번 더 밀어줘서 지역 문제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가 이곳에서 내리 국회의원 3선을 한 만큼 민주당 후보가 바통을 넘겨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반면 시장 인근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김진순(81) 씨는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씨는 "민주당이 계속 추경을 하며 돈을 뿌리는데 결국 모두 빚 아니냐"며 "국민의힘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민주당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3차례 고배를 마신 정승연 후보에 대한 지지 여론도 있었다.
연수구에서 30년을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여성은 "정 후보에게 이제 큰일을 맡길 때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만 지난 19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정 후보 지지 유세차 옥련시장을 찾았을 당시 일부 시민은 "왜 온 거냐"며 싸늘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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