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된지 벌써 세번째 시즌이다. 야구 선진국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KBO리그를 주목하고 있다. 프로 리그 최초의 ABS 시스템 도입,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팬들은 '공정'의 가치에 열광한다. 이제 감독, 코치, 선수와 심판들이 볼 판정을 놓고 얼굴을 붉히는 일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BS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하지만 얘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박민우(NC)가 얼마전 총대를 멨다. 어디서나 똑같다는 스트라이크존이 매일 바뀐다고 지적했다. 팬들이 믿는 ABS를 선수들은 의심하고 있다. 진실은 뭘까. 스포츠조선은 외부에서는 쉽게 알 수 없던 현재 KBO리그 ABS에 대한 현장의 반응, 그리고 KBO의 얘기를 들어봤다. 10개 구단 전력 분석팀, 데이터 분석팀과 주축 선수 총 40명이 ABS에 대해 입을 열었다. <편집자주>
① "경기마다, 심지어 이닝마다 달라진다" 구단들은 왜, ABS를 '전력 분석' 하고 있나
② "황성빈 다음 레이예스, 지옥입니다" KBO ABS의 실태, 선수들의 생생한 증언
③ 불신의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핵심은 PTS 시스템의 딜레마
④ "ABS 찬성합니다. 다만..." 현장에서 얘기한다. ABS 어떻게 발전돼야 할까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황성빈 다음 레이예스 나오면, 어떻게 던져야 할 지를 모르겠어요."
선수들은 이제 익숙해진 ABS에 '왜 못 칠 공을 스트라이크 주느냐, 분명 존에 들어갔는데 왜 볼이냐' 이런 걸로 분노하지 않는다. 물론 정말 중요한 승부처에서, 도저히 칠 수 없는 '모서리존' 공에 삼진을 당하면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 다 수긍하고 들어간다.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ABS에 대한 불만을 가지면서, 말도 못 하고 있을까. 선수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하나로 결론이 모아진다. '야구를 야구답게 하게 해달라'다.
일단 1편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구단과 선수들은 이제 9개 구장 존이 다 다르다는 걸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구단의 스타급 간판 타자는 "ABS에 적응이 되어 어색하거나 힘든 건 없다. 하지만 구장마다 ABS존이 다르다는 건 어느 경기장에 가도 느낀다"고 했다. 이 선수가 누구인지 알면, 아마 신뢰도가 매우 올라갈 것이다. 그만큼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다.
더 구체적인 얘기들이다. 한 구단 주전 포수는 "구장마다 다르다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홈 구장의 존이 한 시리즈를 치르고, 다음주에 돌아오면 달라져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같은 팀 투수는 "(존이 달라지면) 선수들은 바로 안다. 눈에 보이니까 안다. 그래서 (존을) 조정했나, 바람이 불었나 이런 생각들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팀 포수도 "포수로 앉아 있을 때 상당히 혼란스럽다. 어떤 날은 몸쪽 깊은 곳을 잡아주고, 어떤 날은 바깥쪽을 잡아준다. 절대적인 기준이 있지 않다고 느껴지고,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투수들이 경기 중에도 밸런스가 흔들리는게 느껴진다"고 했다. 선수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타자도 마찬가지. 한 외야수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좌타자 기준으로 잠실은 바깥쪽이 좁다면, 부산은 바깥쪽이 넓고 몸쪽이 좁다. 이걸 경기 전에 전력분석팀에서 상기를 시켜주고 접근법을 정해준다. 이 자체가 구장마다 차이가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사직구장의 존이 가장 타자 입장에서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팀의 외야수는 "나는 좌타자인데 인천은 좌타자 바깥쪽을 너무 후하게 잡아준다. 인천 일정이 다가오면, 가기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지방팀 컨택트 능력이 탁월한 선수는 "바깥쪽 하이볼이 약점인데, 잠실은 바깥쪽 높은 공 존이 넓다. 잠실에 갈 때마다 의식하게 되고, 밸런스가 흐트러져서 그 이후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고백했다.
국내 선수 뿐 아니다. 한 외국인 선발 투수 역시 "구장마다 다른 것을 느낀다. 상대 타자와 관계없이 대구의 존이 다른 구장에 비해 좀 작은 것 같다"고 했다.
물론 타자들이 자신의 약한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얘기하니, 섣부른 불만 토로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또 KBO는 "이는 구장이 아닌, 선수마다 존이 다른 부분이 있어 선수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선수들의 정말 큰 불만은 이 타자 키에 따른 존 설정에 있다는 것이다.
한 구단 마무리 투수는 "ABS는 매 타자마다 존이 바뀐다. 타자의 키에 맞춰 높낮이가 계속 변한다. 단신 타자를 상대하다가 장신 타자가 나오면 존의 위치가 크게 요동친다. 예를 들어 롯데 황성빈, 레이예스의 경우가 그렇다. 투구할 때 영점을 잡기 너무 어렵다. 단순히 프로필 상 키로만 존이 설정되어 있어서 혼란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다음 타자가 나오면 갑자기 존이 넓어진다고 생각해야 하고, 그것도 가상의 선을 스스로 그어 제구를 해야하니 생각이 복잡해진다. 초구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 판정을 받으면, 그때부터 그 타자와의 승부는 완전히 꼬여버린다. 한 타자와의 승부가 경기 결과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게 야구다.
또 한 명의 수도권 구단 간판 외야수는 "키를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한 것 자체가 문제다. 선수 프로필 키 스파이크 높이 3㎝를 일괄적으로 더해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타자들은 타석에서 꼿꼿하게 서서 치지 않는다. 타격 자세를 잡고 다리가 나가면 높이가 크게 낮아진다. 또 타석의 흙이 파이는 변수까지 존재한다. 실제 타격 자세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서 있는 키에 3㎝를 더하는것은 타격 매커니즘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선수는 키가 1m70 중반대로 그렇게 불리할 조건이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유불리를 떠나, 구조적 문제를 진지하게 말했다.
한 구단 토종 에이스 투수는 "키 작은 타자에게 너무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얘기는 다른 많은 타자, 투수들도 인정한 부분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 팀 선수는 아니지만 KT 위즈 외국인 타자 힐리어드는 도대체 낮게 걸치는, 소위 말하는 존 라인에 '묻는 공'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답이 안 보일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힐리어드는 1m96의 초장신 타자다. 물론 12홈런을 때리는 등 잘 치고는 있다.
타자들은 키에 상관 없이 결국 임팩트를 위해 몸이 수그러지면 결국 그 임팩트존은 대부분 비슷한 사이즈로 측정이 되는데, 단순히 서 있는 키를 기준으로 존을 넓히고 좁힌다는 건 유불리 차이가 크다고 많은 선수들이 입을 모았다. 한 구단 전력분석팀장은 "키는 큰데, 타격 자세는 낮은 선수들이 있다. 키 때문에 높은 존이 스트라이크로 인정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자세로는 치기 힘든 공들"이라고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KBO는 왜 실제 타격 자세가 아닌 키로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었을까. 실제 타격 자세로 잴 경우엔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KBO측은 "측정할 때 실제 타격 자세보다 낮게 할 수도 있고, 타격 자세는 자주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변수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서 신장으로 기준을 잡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챌린지 형식으로 ABS를 도입한 메이저리그도 선수들의 신장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의 높이를 설정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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