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악의적인 비판만 일삼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미로슬라브 코우베크 체코 감독(75)이 5일(한국시각) 과테말라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3대1로 승리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팬들의 비판 여론에 휩싸였던 일부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미국 뉴저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날 평가전에서 체코는 전반 11분 '레버쿠젠 득점머신' 파트리크 시크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갔으나 전반 40분 과테말라의 역습 상황에서 고질적 수비 난조로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로테이션으로 변화를 꾀한 체코는 후반 18분 '주포' 시크를 빼고 리그 득점왕(17골), '1m99 장신 공격수' 토마시 호리를 투입했고 후반 27분 다비드 도우데라의 택배 크로시에 이은 호리의 고공 헤더가 작렬하며 2-1로 앞섰다. 후반 33분 과테말라 골키퍼의 킥 미스를 놓치지 않은 데니스 비신스키가 볼을 탈취, 골망을 흔들며 3대1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 후 체코 축구 팬들 사이에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도우데라의 크로스에 이은 호리의 헤더, 합작 결승골이었다. 지난달 9일 프라하 더비 슬라비아 프라하-스파르타 프라하(0대3 패)에서 마주한 이들은 나란히 레드카드를 받았다. 전쟁같은 더비에서 다혈질 공격수 호리가 후반 14분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팔꿈치로 강타해 퇴장 당했고, 후반 추가시간 도우데라는 심판에게 강한 항의 중 욕설을 해 퇴장 당했다. 초리는 지난해 8월 슬로바츠코 원정에서 골키퍼의 급소를 가격하고, 지난해 4월 친정팀 빅토리아 플젠전에서 상대선수에게 침을 뱉는 등 비신사적, 폭력적 행위로 이미 팬들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던 바. 구단 회장이 1군에서 제외한 후 구단에서 퇴출을 결정했다. 프로리그 징계위원회도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도우데라 역시 3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코우베크 감독이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논란의 이 두 선수들을 품었다.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본선행 무대에서 이 두 선수가 전술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후반 27분까지 1-1의 균형이 이어지던 상황, 논란의 인물들이 결승골을 합작하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코우베크 감독은 "바로 그런 순간에 들어와 경기를 결정지으라고 도우데라와 토마시 호리를 데려온 것"이라고 했다. '두 선수가 실제로 결승골을 합작하며 제 몫을 해냈다. 엔트리 발탁 당시 논란이 있었던 선수들이라 감독 입장에서 더 기쁠 것같다'는 말에 코우베크 감독은 "나는 그들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대표팀에 어울리는 선수들이고 당당한 일원"이라고 답했다. "감독으로서 나는 오직 스포츠적인 면만 고려해야 하고, 그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외부의 잡음들은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얘기들은 다른 무대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무대가 있다"고 말했다. 악동들의 활약으로 비난 여론이 조금 잦아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론이 진정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애초에 악의적인(비판만 일삼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우베크 감독은 이날 전반 동점골을 헌납한 수비라인의 실수, 골키퍼와 스리백 간의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을 인정했다. "일부 수비 상황에서 완벽하게 결단력 있는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경합 상황에서 더 악착같이 버텨야 했다. 상대 최전방 공격수를 막아내는 데 애를 먹었고, 마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비 라인이 무너지는 장면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경기를 하다 보면 역습은 언제나 내주기 마련이다. 4~5차례의 상대 역습은 퀄리티가 높았고, 매번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1대1 대인 마크를 하고 전방 압박을 높게 가져가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우리에겐 빠른 센터백들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 차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처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골키퍼와 센터백 간의 소통 문제에 대해선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구체적인 상황들을 짚어보며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수비진에 안정감과 확실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국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가 딱 일주일 남은 시점, 코우베크 감독은 "나는 늘 '지속적인 불안 상태'에 있다. 대한민국이 과테말라보다 더 강한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경기를 철저히 분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과테말라는 북중미 예선에서 수리남, 엘살바도르, 그리고 본선에 진출한 파나마와 경쟁했다. 과테말라가 조 2~3위였고, 대한민국은 그 조 최하위였던 엘살바도르를 1대0으로 꺾었다. 만만한 경기는 없다. 이런 점들을 비교해 본다면, 우리의 이번 승리도 부끄러워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아래는 코우베크 체코 감독의 과테말라전 승리 후 일문일답 전문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체코-과테말라 최종평가전 기자회견 일문일답]
- 최종 평가전을 마친 지금, 마음이 더 편안해졌나? 아니면 오히려 더 긴장되나?
나는 늘 '지속적인 불안 상태'에 있다. (본선에서 만날) 대한민국은 과테말라보다 세 단계는 더 강한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경기를 철저히 분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과테말라는 북중미 예선에서 수리남, 엘살바도르, 그리고 결국 본선에 진출한 파나마와 경쟁했다. 과테말라가 조 2~3위였고, 대한민국은 어제 그 조 최하위였던 엘살바도르를 1대0으로 꺾었다. 만만한 경기는 없다. 이렇게 비교해 본다면, 우리의 이번 승리도 부끄러워할 수준은 아니다. 두 팀(한국과 과테말라)은 비슷한 성향의 상대다."
-어떤 점에서 비슷하다는 말인가?
끈질기다는 점이다. 수비를 두텁게 내리고 뛰었다. 그리고 체력이 남아있을 때까지는 매우 철저하게 움직여서 우리가 상대를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의 역습 상황도 있었다. 우리는 두 차례의 위기를 넘겼지만, 반면 우리의 전반전 공격 전환은 다소 느렸다. 빌드업 시간이 너무 길었고, 패스도 좌우로만 너무 퍼졌다. 침투 움직임이나 더 나은 활동량,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다. 이 모든 것들이 후반전이 되어서야 살아났다. 후반전은 괜찮았다.
-후반전에 경기력이 살아난 원인은 무엇인가?
경기에 활력이 돌면서 좋고 흥미로운 장면들이 나왔다. 기술적인 면도 살아났고,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묶어뒀다. 승부를 뒤집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만 후반 교체 투입 전의 전반전 멤버들은 상대의 체력이 쌩쌩할 때 뛰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도 말하고 싶다. 과테말라 같은 팀을 상대로는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를 지치게 만든 뒤 받아쳐야 한다.
-수비진의 어설픈 대처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는데.
일부 수비 상황에서 완벽하게 결단력 있는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경합 상황에서 더 악착같이 버텨야 했다. 상대 최전방 공격수를 막아내는 데 애를 먹었고, 마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비 라인이 무너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번 경기로 인해 대한민국과의 본선 첫 경기 선발 라인업 구상이 더 복잡해졌나?
그렇다. 하지만 그건 좋은 고민이다. '머리가 복잡해졌다'라기보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전반전에 나선 선수들은 지난 2주간 실전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반에 투입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니, 우리 스쿼드의 뎁스가 탄탄하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우리는 팀의 뼈대를 갖추고 있고 안정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 길로 갈 것이다.
-선발 명단은 몇 퍼센트나 마음을 굳혔나?
너무 앞서가는 질문이다. 나는 경기를 분석하고, 영상을 다시 돌려본 뒤 결론을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다음에야 다음 생각이 정리된다. 지금 당장 다음 경기 선발 명단에 대해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할 수도 없다.
-오른쪽 라인의 블라디미르 초우팔과 다비드 도우데라가 좋은 활약을 펼쳤다.
많을수록 좋다. 바로 그런 순간에 들어와 경기를 결정지으라고 도우데라와 토마시 호리를 데려온 것이다.
-두 선수가 실제로 결승골을 합작하며 제 몫을 해냈다. 엔트리 발탁 당시 여론의 논란이 있었던 선수들이라 감독으로서 더 기쁠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대표팀에 어울리는 선수들이고 당당한 일원이다. 감독으로서 나는 오직 스포츠적인 면만 고려해야 하고, 그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외부의 잡음들은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얘기들은 다른 무대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무대가 있다.
-그래도 이번 활약으로 팬들의 여론(민심)이 조금은 가라앉지 않았을까?
여론이 진정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애초에 악의적인(비판만 일삼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토마시 호리는 조커(특급 교체 자원) 역할에 집중하고 있나?
자신의 임무를 100% 완수했다. 멋진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냈다. 파트리크 시크와 데니스 비신스키도 골맛을 봤다. 공격수들이 골을 터뜨려주어 기쁘다. 호리는 확실히 특수한 상황에서 한 건을 해줄 수 있는 선수이며, 이번에도 그걸 증명했다.
-다시 전반전 얘기로 돌아가서, 과테말라의 위협적인 역습 장면들은 본선을 향한 경고등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런 경기를 하다 보면 역습은 언제나 내주기 마련이다. 상대가 전개한 4~5차례의 역습은 퀄리티가 높았고, 매번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1대1 대인 마크를 하고 전방 압박을 높게 가져가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빠른 센터백들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 차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처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역습이 전개돼 상황이 불길해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실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키퍼와 센터백 간의 소통 문제는 반복해서 드러났는데.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구체적인 상황들을 짚어보며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수비진에 안정감과 확실함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교체 이후의 라인업이 보여준 경기력에 더 만족하나?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때 경기를 보는 맛이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벤치에서 출발한 선수들은 상대의 압박 공간이 더 넓어진 상태에서 뛰었다. 과테말라의 체력이 떨어지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과대평가하지는 않겠다. 다만 움직임이 더 가벼웠고 패스 앤 고(Pass-and-go) 스타일의 빠른 연계가 돋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금요일에 곧바로 베이스캠프인 달라스로 이동한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달라스는 매우 덥기 때문에 첫 경기 전에 선수들의 진을 빼지 않으려고 아침 훈련을 잡았다. 기온이 버틸 만하길 바란다. 오후에는 35도까지 올라가는데 그 시간대 훈련은 불가능하다. 잘 훈련하고 잘 회복하겠다. 주중 리그 일정과 같은 사이클(목-목-일-일)이다.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주간 훈련 노하우를 적용할 것이다.
-날씨가 큰 걱정거리인가?
이번 경기 날씨가 마치 세탁소(사우나)처럼 덥고 습했던 건 오히려 다행이었다. 선수들이 그런 날씨 속에서도 잘 뛰며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저녁에 데이터를 확인해보겠지만, 이 환경이 우리 팀의 발전과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잘 이겨냈다. 우리가 미국에 일요일에 도착했기 때문에 아직 시차 적응이 완전히 안 된 선수들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밤에도 데이터를 보려면 밤샘 분석을 해야 하나?
유능한 스태프들이 모바일로 데이터를 워낙 빠르게 보내주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20분이면 상황 파악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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