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타격왕은 포드를 타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말이 있다. 홈런왕이 타격왕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확한 워딩은 '홈런 타자는 캐딜락을 몰고, 단타를 치는 타자는 포드를 몬다(Homerun hitters drive Cadillacs and singles hitters drive Fords)'이다. 이는 1940년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왕 랄프 카이너가 한 말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카이너는 "내가 그 말을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동료 프리츠 오스터뮬러가 나한테 해준 말"이라고 했다.
오스터뮬러는 1930~1940년대 보스턴 레드삭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에서 활약했던 투수다. 그가 은퇴를 앞둔 1940년대 후반 피츠버그에 막 입단해 파워히터로 주목받던 카이너가 안타를 치는데 쓸데없이 신경을 쓰자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유심히 관찰한 결과인데 말이야. 오른쪽으로 안타를 치는 우타자는 포드를 몰고,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을 치는 우타자는 캐딜락을 몰더란 말이지."
홈런 타자가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뜻이었다. 당시 카이너는 캐딜락을 몰고 야구장을 출퇴근했다.
예나 지금이나 타격왕보다는 홈런왕이 더 대접받는다. 2010년 이후에는 강하고 멀리 치는 트렌드가 주를 이루면서 홈런 타자가 더욱 득세하고 있다.
세 차례 타격왕을 차지한 루이스 아라에즈(샌프란시스코)는 작년 시즌 후 FA가 됐는데도 1년 1200만달러를 받는데 그쳤다.
반면 대표적인 홈런왕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2022년 12월 9년 3억6000만달러에 재계약했고, 두 차례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오른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는 지난 겨울 5년 1억50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연봉 수준이 아라에즈와는 비교가 안된다.
이정후가 타격왕 후보로 급부상 중이다. 메이저리그 입성 3년 만에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바라던 타격을 하고 있는 이정후를 향해 미국에서도 비상한 보이고 있다.
7일 현재 이정후는 타율 0.324(216타수 70안타)로 양 리그를 합쳐 4위에 랭크돼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브랜든 마시(0.335), 마이애미 말린스 오토 로페즈(0.333), 탬파베이 레이스 얀디 디아즈(0.326)에 이어 이정후, 그리고 동료 아라에즈(0.324)가 4,5위다. 이정후가 아라에즈보다 0.0003이 높아 4위다.
타격 '톱5' 중 디아즈를 제외한 4명이 내셔널리그(NL) 소속이다. 즉 NL 타격왕이 곧 전체 타격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정후와 마시의 타율 차이는 1푼1리(0.011)에 불과하다. 5명이 한 경기 타격 결과에 따라 순위를 주고받는 상황이다.
아시아 출신 타자가 타격왕을 차지한 것은 이치로 스즈키가 유일하다 2001년과 2004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AL 타격왕에 올랐다. 한국인 타자로는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2009년과 2010년 각각 타율 0.300을 친 적이 있지만, 타격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메이저리거좋아하는 자동차가 뭐든, 가격이 얼마든 살 수 있다. 이정후가 타격왕 싸움을 한다는 건 차 문제가 아니다. 25년 전 이치로는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강한 어깨를 앞세워 자신을 얕봤던 메이저리그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이정후는 이치로를 어린 시절부터 영웅으로 받들었다.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타이틀 홀더가 된 유일한 사례는 2019년 LA 다저스 류현진이다. 그해 2.32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양 리그 통합 1위에 올랐다. 한국인에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타격 타이틀 경쟁에 이정후가 참가했다는 건 그래서 역사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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