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0번 나와서 어떻게 10번 다 이기겠나. 그래서 중요한 건 로테이션을 꾸준히 도는 거다."
임찬규가 LG 트윈스의 새 역사를 썼다. '노송' 김용수를 넘어 트윈스 역사상 최다 탈삼진 1위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임찬규는 9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삼진 3개를 추가, 통산 1148개(김용수 1145개)로 LG 역사상 최다 탈삼진 투수가 됐다. 이제부턴 걷는 걸음걸음이 LG의 새 역사다.
"신인 때만 해도 이런 기록을 갖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난 김용수 이병규 박용택 선배를 보며 자랐다. 너무 영광스럽게 다른 기록도 따라갈 수 있도록 새로운 목표로 삼겠다."
시즌초에는 LG도, 임찬규도 부진했다. 강속구 투수가 아닌 임찬규 입장에선 흔들리는 제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여기에 타선이 약하다보니 초반 실점이 투수에겐 너무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임찬규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어떻게든 버텼다.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다시 내 페이스가 올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클래스'에 대한 신뢰다. 때문에 임찬규는 염경엽 LG 감독의 휴식 제의에도 "난 휴식과 안 맞는다.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 지치면 말씀드리겠다"며 마다했다.
LG 최다승 기록 역시 김용수(126승)다. 임찬규는 현재 92승. 정삼흠(106승)을 넘고 김용수까지 향하는 길이 만만찮다.
하지만 임찬규는 "팀이 이겨야 투수도 승리가 쌓인다. 최대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많은 이닝을 소화할 뿐이다. 내가 바란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한 타자 한 타자 잡는데 집중하다보면 언젠가는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웃었다.
"동생들한테도 항상 얘기한다. 아프지 않고 로테이션을 꾸준히 도는게 가장 중요하다. 10번 나와서 어떻게 10승을 하겠나. 당연히 30번 나와서 10승하는게 더 쉽다. 타격이 침체됐을 땐 내가 막으면서 타이트하게 이기고, 타격이 터질 때는 점수를 좀 주더라도 최대한 이닝을 많이 먹고, 그런 팀의 흐름을 따라가야한다. 오늘은 방망이가 초반에 터져주니까 좀더 버틸 힘이 생겼다."
선발도, 불펜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투수가 됐다. 압도적인 존재감의 에이스는 아니지만, 오래 버티면서 이렇게 새 역사까지 썼다.
임찬규는 후배들을 향해 "프로라면 어느 상황이든 실전에 나가는 자체에 감사해야한다. 이 마운드에 서는 자체가 행복이다 생각하고 하다보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리그 정점을 찍은 선수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아프지 않고 나가다보니 오늘 같은 영광이 오지 않나. 감독님이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로서의 커맨드, 존재감을 갖추길 바란다"라는 조언을 건넸다.
임찬규의 프로 데뷔전은 2011년 4월 2일. 첫 상대는 두산 베어스의 '두목곰' 김동주였다. 4-0으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 등판, 천하의 김동주를 병살 처리한 게 임찬규의 첫 아웃카운트였다. 첫 삼진은 4월 9일 한화 이글스전 이여상이다.
임찬규도 "첫 등판 상대가 김동주 선배였던 건 생각난다. 그리고 첫 승은 삼성 라이온즈전(2011년 5월 6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임찬규에게 삼진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공 느린 투수들 중에는 고영표(KT 위즈) 형 다음으로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일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2024년까지는 9이닝당 삼진이 거의 10개였다. 지금은 나도 욕심을 많이 버렸다. 3구안에 빠른 승부를 선호한다. 재미있는 건 비율은 떨어지지만, 내가 이닝을 많이 소화하다보니 경기당 삼진 개수는 거의 비슷하게 맞춰간다는 것"이라며 "강속구 투수만 삼진을 잡는게 아니다. 변화구나 피치 터널을 통해 타자를 속이고 삼진을 잡는 방법도 있다. 자신만의 무기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빠른 직구 있으면 당연히 좋다. 그런데 그건 내 입장에선 다시 태어나야 하는 일이다. 최고 빠르게 던져도 145, 146㎞인데, 요즘은 153㎞ 나와도 막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라서…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팬들이 내게 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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