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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 김인식 감독은 '국민 감독'으로 불린다.
김 감독도 그럴까. 절대 아니다. 김 감독은 최근 있었던 일화 하나를 공개했다. 같은 오키나와에 전훈 캠프를 차린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지난 17일 대표팀 훈련장인 구시가와구장을 찾았다. 김인식-김성근 두 베테랑 사령탑이 일본서 자리를 함께 했으니 서로 무슨 얘기를 할까 관심이 높았다. 그때 김성근 감독이 김인식 감독을 안쓰럽게 쳐다보면서 한마디 했단다. 김인식 감독은 "날 보고 글쎄 얼굴이 작아지고 머리가 더 벗겨졌대"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위로차 던진 농담이었는데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김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로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프로 선수들을 데리고 나간 국제대회만 벌써 4번째지만, 마음은 매번 똑같다고 한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고민의 깊이가 달라질 리 없다.
사실 1,2회 WBC에서는 대표팀 전력이 좋았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큰 역할을 해줬고, KBO리그 선수들도 WBC를 통해 스타로 성장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1회 때는 박찬호가 실질적으로 다 해줬지. 그때는 메이저리그 애들이 많았고, 또 이승엽이 중요할 때마다 한 방씩 쳐줬으니까. 2회 때는 이범호 김태균 추신수가 잘 쳐줬어. 마운드에서는 정현욱이 좋았고"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번 4회 WBC는 전력을 구성할 때부터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 오승환 발탁을 놓고 비판 여론이 높았고, 대표팀 명단에 든 선수들 중 일부는 부상으로 빠졌다. 메이저리그에 가 있는 추신수 김현수 강정호 박병호도 불참이 최종 결정됐다. 역대 최약체 WBC 대표팀이란 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인상을 전혀 찌푸리지 않는다. 취재진을 만나면 객관적인 팩트를 전하면서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내놓는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박석민 서건창 장시환 원종현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용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의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국민 감독'이기 때문에 겪는 숙명과도 같은 고민이 마냥 감춰지지만은 않는 것 같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