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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고소를 당했다. 유명 작곡가를 포함해 총 21명의 작사, 작곡가들이 삼성 구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동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이유는 경기 중 사용하는 선수 응원가, 선수가 나올 때 나오는 등장곡 때문이다. 원작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개사해 선수 응원가로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그래서 구단들은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주요 응원가에 대한 저작인격권 협상을 벌였다. 적당한 비용을 주고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가 있고, 협상이 안돼 사용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있었다. SK 와이번스는 팀 대표 응원가인 최 정, 한동민 응원가에 대한 저작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비용을 지불하고 신성현의 응원가를 사용했다. 그런데 신성현이 두산 베어스로 이적해버리는 바람에 헛 돈을 쓴 셈이 됐다.
반대로 한화 이글스 정근우는 지난해 아들도 좋아했다는 응원가를 잃었다. 구단이 지불할 수 있는 한도 이상의 금액을 저작권자가 요구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LG 트윈스 박용택의 잠실 홈경기 때 나오던 '내 눈 앞에 나타나(원곡 '나타나)'를 들을 수 없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LG 오지환입니다.(원곡 '반갑습니다')' 등장곡은 지난해 사라졌다. LG는 올 시즌부터 선수 등장곡을 없앴다.
구단들은 바꾸면 팬들이 들고 일어날 정도의 대표곡이 아니면, 자작곡으로 응원가를 교체하고 있다. 구단 응원단장들은 이 문제로 고민이 크다. 작곡 능력이 안 되면, 저작권과 관계 없는 클래식 음악 등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이번 작사-작곡가들의 소장 접수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노래들에 대한 게 아니다. 이 법에 무지하던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사용에 대한 권리 요구다. 현재는 저작권 문제로 크게 다툴만한 사안은 없다. 구단들이 조심하고 있다.
구단은 골치가 아프다. 아무래도 알려진 노래를 써야 반응이 좋다. 야구 잘못하고 욕먹는 것도 힘든데, 응원가를 잘못 만들어도 큰 비난을 받는다. 넥센 히어로즈가 저작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응원가를 전부 바꿨다가 시즌 초반 홍역을 치렀다.
A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저작인격권에는 기준이 없다. 당사자 간 협상 만이 유일한 길이다. 어떤 곡에는 100만원을 주고, 어떤 곡에는 300만원을 주면서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분들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각자 자신의 노래에 대해 받고 싶은, 받아왔던 금액이 있다. 그걸 서로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B구단 관계자는 "프로야구 응원가에 쓰이는 곡에 대한 보상 금액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일정하게 정해지면, 구단들도 더 많이 좋은 곡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구단 관계자는 "저작권 문제가 없는 한에서 최대한 열심히 응원가를 만든다. 팬들이 처음에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계속 부르고 듣다 보면 좋아질 수 있으니 조금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 진행에도 방해가 되는 응원가 문화가 점차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