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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메이저리그 LA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을 '괴물' 또는 '코리안 몬스터'라고 칭한다. 그러나 2006년 KBO리그 데뷔부터 미국 진출, 그리고 현재까지 그를 지켜본 바로는 '카멜레온' 혹은 '트랜스포머'로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지난 등판 때의 부진을 완전히 씻어냈다. 일주일의 휴식이 결과적으로는 류현진의 구위와 제구력 회복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이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칠 수 있던 결정적 요인은 바로 새로운 결정구로 전면에 내세운 '커터'의 위력 덕분이다.
커터는 류현진이 어깨 수술에서 회복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구종이다. 원래 류현진은 포심패스트볼-슬라이더-커브-서클체인지업의 포피치 스타일이었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 시절과 미국 진출 초반에는 패스트볼에 서클체인지업의 조합을 주력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서클체인지업도 프로 입단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팀 선배인 구대성이 던지는 걸 어깨 너머로 흉내내다가 본격적으로 전수받은 것이었다.
커터는 커브나 체인지업 등 브레이킹 볼 계열과 달리 패스트볼 계열에 속하는 구종이다. 원래 명칭도 '컷 패스트볼(Cut fastball)'이다. 횡 회전을 주며 던지는 슬라이더와도 또 다르다. 류현진의 커터는 패스트볼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스피드로 날아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우타자의 몸쪽 방향으로 살짝 휘어져 들어간다. 배트와 공이 만나기 직전에 궤적이 살짝 변하기 때문에 땅볼 범타 유도율이 높은 구종으로 과거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의 주무기였다.
이런 공을 류현진은 또 다시 영리하게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로 완벽하게 흡수해낸 것이다. 이날 류현진은 8개의 탈삼진 중 5개의 마지막 결정구를 커터로 사용했다. 1회초 1사 1루 때 3, 4번 타자인 제드 라우리와 크리스 데이비스, 3회초 2사후 마커스 시미언, 4회초 2사후 데이비스, 마지막으로 6회초 1사후 시미언 등. 총 5차례다. 오클랜드 리드오프 시미언과 4번 데이비스는 류현진의 커터에 두 번이나 당했다.
류현진은 커터를 결정구로만 쓴 건 아니다. 보여주는 용도로도 적극 활용하면서 오클랜드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3회초 선두타자 제이크 스몰린스키를 3구 삼진으로 잡는 과정이 대표적이었다.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찌른 류현진은 2구째 비슷한 코스에 커터를 던져 파울을 유도했다. 이어 3구째는 아예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커브와 패스트볼 사이에 커터를 끼워넣은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나를 잘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류현진은 총 90구 투구 중 커터를 25개나 구사했다. 포심(3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던진 구종이다. 앞으로도 이런 비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표' 커터의 마법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