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력을 보였지만 동시에 불안 요소도 확인했다.
두산과 SK의 주중 3연전은 1-2위 매치로 관심을 받았다. 두팀이 만나기 전까지 두산이 SK에 2경기 차 앞선 1위이기 때문에, 혹여 3연전을 모두 내준다면 1-2위의 주인공이 바뀔 수도 있는 시리즈다. 두팀 모두 최근 흐름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3연전 결과가 주목 됐다.
6회초 역전극은 지금 두산이 가진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대 수비 실책도 흐름을 바꾸게 된 계기였지만, 무엇보다 홈런으로 SK 마운드를 박살냈다. SK는 리그에서 가장 홈런 타자가 많은 팀이다. 지난해 팀 홈런 신기록(234개)을 달성했고, 올 시즌에도 페이스가 어마어마 하다. 48홈런으로 압도적 1위에 올라있다. 그에 비해 두산은 홈런 순위 중하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산이 홈런으로 SK를 제압한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컸다. 6회초 결정적인 홈런 2방이 승리를 불러왔다. SK의 투수가 문승원에서 서진용으로 교체된 이닝이다. 1아웃 이후 양의지의 2루타가 터졌고, 오재일이 SK 2루수 김성현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3-3 동점이 됐다. 여기서 추가점을 내야 두산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자칫 역전 찬스를 놓치게 되면, 되려 구원에 성공한 SK가 기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
마냥 승리에 기뻐할 수는 없는 것이, 불펜의 불안 요소를 봤기 때문이다. 이날 두산은 이영하 강판 이후 박치국을 투입했고, 10-3 여유있는 상황에서는 곽 빈을 올렸다. 그리고 어깨 피로 누적으로 2군에 갔다가 이날 12일만에 1군에 복귀한 김강률이 7회말 아웃카운트 2개와 8회말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김강률은 8회말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채 계속해서 안타를 얻어 맞았고, 무사 만루에서 노수광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자 김승회로 교체됐다. 김승회도 불을 끄지 못했다. 한동민의 2타점 적시타에 최 정의 투런 홈런까지. 이날의 구속과 제구 모두 SK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에 정확히 걸렸다. 모두 실투였다.
함덕주가 2이닝 세이브를 거두기는 했지만, 투구수 20개를 넘어간 이후로는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고전했다. 9회말 2사 만루가 됐을 때도 두산은 함덕주 뒤에 나올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그만큼 최근 함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필승조 투수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태다. 부상으로 빠진 이현승, 이용찬의 부재나 김강률 김승회 등 선배 투수들의 부진이 편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많다. 두산이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