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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자체 운영하는 카메라는 1루용 2대, 2루용 1대가 전부다. 나머지 장면은 중계방송사에서 보내주는 화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초슬로우 화면 같은 특수 화면은 실시간으로 받지 못한다. 이날 중계방송사 느린 화면 각도상으로는 노진혁의 발이 2루 베이스를 스쳤을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3루측 관중석 부근에서 2루를 비추는 KBO 카메라는 중계방송사 카메라처럼 느린 화면을 잡아내는 기능 뿐만 아니라 화질 조차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면을 잡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비디오판독이 시작된 후 5분 안에 판정을 뒤집을만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원심 유지로 판정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3대의 자체 카메라 외에는 방송사 중계 화면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빈약한 판독시스템의 현실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평범한 판정조차 오심이 나왔다는 것. 1루 송구보다 주자의 발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음에도 당연하다는 듯 아웃 판정이 나왔다. 접전 상황으로 치부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장면에서 아웃, 세이프 조차 제대로 판별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오심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명확하게 판정이 이뤄져야 할 장면조차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면 자격미달이다. 완벽한 판정을 위한 노력 없이 비디오판독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 팬 뿐만 아니라 선수-코칭스태프들의 불신만 키우게 된다. 피말리는 순위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현 시점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가을야구의 질, 흥행을 위해서라도 수준미달 판정 문제를 그냥 넘기긴 어렵다.
KBO리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야구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으로 흥행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와중에 심판 존재의 이유까지 부정당하기 시작하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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