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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지난해 7월이다. 우리은행은 홈 구장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일명 '지옥 체력훈련'을 했다. 당시 핵심 김단비는 부상으로 훈련에서 제외됐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세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그런 질문은 사치다. 일단 이 훈련에서 다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확실히 나머지 5개 구단과의 훈련 강도와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현 시점 여자프로농구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훈련량을 조절하며 부드러운 전지훈련을 하는 이상한 '행복농구'는 없었다.
위성우 감독은 "올 시즌 대책이 안 선다. 하지만, 호락호락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현실은 냉정해 보였다. 시즌 전 우리은행의 우승확률은 희박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그렇게 예측했다. 당연했다. 우리은행 특유의 조직적 힘과 저력은 인정. 코칭스태프의 힘도 인정.
하지만, 전력 자체가 너무 약하다. 반면, 김소니아 박혜진이 합류한 부산 BNK, 전력이 고스란히 보존된 삼성생명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다. 최이샘 신이슬 신지현과 아시아쿼터 1순위 타니무라 리카가 가세한 신한은행, 진 안을 데려오면서 골밑을 보강한 하나은행도 상당히 견고해보였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충돌했던 우리은행과 KB가 가장 약체였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같은 평가는 시즌 전 열리는 박신자컵에서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은행의 전투력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다.
김단비를 중심으로 이명관 한엄지, 그리고 아시아쿼터 나츠키, 모모나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때부터 몇몇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이 4강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우승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했다.
정규리그가 시작됐다. 최상위권이었다. BNK가 시즌 초반 독주를 펼쳤지만, 우리은행은 끈질기게 2위를 사수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힘이 완연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 됐다.
팀의 딜레마가 있었다. 하지만, 김단비의 절대적 힘, 경기를 치를수록 강력해지는 수비, 그리고 위성우 감독의 맞춤형 승부처 전술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갔다.
설마했던 정규리그 우승은 BNK 박혜진 이소희의 이탈로 가시화가 됐다. BNK가 의외의 상대에 잡히면서 우리은행은 단독 선두에 올랐다. 주전 의존도가 심했지만, 장기 부상자는 없었다. '지옥 훈련'의 힘이었다.
이명관과 한엄지가 자리를 잡았고, 신인 이민지가 시즌 중반 두각을 나타냈다. 공격적 재능을 발휘하면서 김단비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다. 팀은 더욱 조화를 이뤘다.
결국, 우리은행은 어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16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하나은행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청주 KB를 46대44로 눌렀다.
21승8패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2위 부산 BNK를 2.5게임 차로 따돌리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리은행은 무려 15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 6개 구단 중 최다 우승횟수를 기록했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에서만 10회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 남녀 농구 통틀어 최다우승을 이끌었다. 명실상부한 국내 농구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
이날도 혈투였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우리은행의 저력이 빛났다. 숨막히는 접전. 46-44, 2점 차 리드 상황에서 KB의 마지막 공격. 허예은의 플로터가 림을 벗어나면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청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