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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제작드라마②] '사임당 딜레마'로 본 사전제작 취약점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2-11 13:55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사전제작드라마 위기론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작품이 바로 SBS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다.

'사임당'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지난해 9월 촬영을 마쳤다. 이후 '사임당'은 이영애와 송승헌을 캐스팅한데다 200억 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사극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1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작품은 꾸준히 하락세를 탔고 결국 KBS2 '김과장'에게 수목극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에 시청자들은 '차라리 퓨전이 아닌 정통 사극이었다면…'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관계자들 역시 "만약 '사임당'이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니고, 시청자의 의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피드백 불가'라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치명적인 단점이 '사임당'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에 따라 제작진은 시청자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 작품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하기 위해 전면 재편집을 결정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딜레마가 발생한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분명 이영애의 현대극이 아닌 이영애의 사극이다. 제작진 역시 이를 받아들여 현대와 과거의 평행 우주론을 설명하기 위해 늘어놨던 불필요한 장치들을 과감히 걷어내고 사극에 좀더 무게를 싣고자 했다. 그런데 문제는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남은 촬영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시청자의 의견대로 작품을 짜깁기 하자니 분량이 부족하고, 초반 구상안대로 밀어붙이자니 시청률이 걱정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작품의 완성도다.

잠시 사전제작 드라마 중 유일한 성공을 거둔 KBS2 '태양의 후예'를 떠올려보자. '태양의 후예' 역시 피드백이 불가능하다는 같은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배우의 연기, 연출, 대본의 합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송중기 송혜교 진구 김지원의 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이응복PD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김은숙 작가의 대본 또한 굉장한 오글거림과 개연성의 가출로 혹평을 받기는 했지만, 어쨌든 '송송커플'과 '구원커플'의 캐릭터를 잘 잡아냈고 특유의 '대사발'이 통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태양의 후예'는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은 그렇지 못했다. 남녀 주인공의 돌고 도는 인연과 삼각관계, 엉성한 구성과 긴장감 없이 늘어지는 전개, 연기력이 아닌 인지도와 인기에만 기댄 미스 캐스팅 등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지지부진한 신파와 계절감에 맞지 않는 영상, 몇몇 배우들의 연기력 부재로 뭇매를 맞았다.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안투라지'는 차마 논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줬다. 굳이 사전제작이 아니었더라도 과연 이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사임당'도 아슬아슬하다. 초반 사임당(이영애)과 이겸(송승헌)의 인연을 설명하기 위해 아역 시절을 지나치게 늘어뜨려 흥미를 반감시켰다. 아무리 퓨전을 가미했다 하더라도 사극은 기본적인 역사 고증은 필수인데, '사임당'은 부족한 집안의 남자를 데릴사위로 들여 딸을 외조해주길 원했을 정도로 넉넉했던 집안 출신인 사임당이 무능한 남편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다는 황당한 이야기 등을 끼워넣어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했다.


다만 '사임당'은 아직 초반부이고 이영애와 송승헌, 그리고 SBS 수목극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재편집을 통해 이러한 약점을 커버한다면 심폐소생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 흥행 공식은 아주 간단하다. 재밌으면 본다. 클리셰 범벅이든, 정말 뛰어난 발상과 필력으로 무장한 작품이든 일단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사전제작 드라마는 이러한 기본은 잊은 작품이 많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판권 판매와 수익 창출에 더 관심을 쏟다보니, '작품의 완성도와 서사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사전제작 소기의 목적을 잃어버렸다. 이를 뒤엎고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력에 집중한 진짜 사전제작드라마가 나오지 않는한 실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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