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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연이어 찾아온 악재 속에서도 유상무는 늘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아 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수술 당일까지도 팬들의 걱정을 씻어내는 안부 인사를 전했고,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근황을 전해 왔다, 쉬어도 될 법한데 팬들과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건가?
▶플랫폼 사업하고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어요. 개그맨들이 설 무대를 만들고 싶었죠. 제가 출연은 못해도 연출자로서는 일 할 수 있으니까요. SNS 라이브 방송을 만들어서 동료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시작했죠. 요즘은 미디어 환경이 바뀌어서 꼭 TV가 아니더라도 SNS를 잘 활용하면 각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피라미드 구조 상위에 있는 친구들이야 러브콜이 끊이지 않지만, 연봉 몇 백만원 수준으로 힘들게 버티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래서 온라인 방송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 나중에는 SNS 코미디까지 할 수 있게 되는데 제 바람이에요
-온라인 방송을 하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줄을 몰랐다.
▶제가 SNS 관종이었잖아요. 하하. 공부를 많이 했어요. 설립한지 6개월인데 벌써 팔로워가 40만명 정도 돼요. 그분들은 제가 운영하고 있는거 다 알죠. 절 '대장님'이라고 불러요.
-왜 '대장님'인가?
▶처음에는 대표님이라고 부르다가 제가 대장암에 걸리고 어쩌다보니, 중의적으로 '대장님'이라 불리게 됐어요. 그래서 결국 대표실도 대장실로 바뀌었어요.(웃음)
-힘든 일이 많았는데 유머와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게 대단하다.
▶제가 개그맨이잖아요. 암도 웃음으로 이겨내고 싶었어요. 영화 '패치 아담스'를 보면서 저렇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을 달리하면, 제가 암을 겪었기 때문에 암환자들에게 더 진심어린 응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거죠. 그리고 '아프다'는 인식이 있으면 저를 보고 더 이상 사람들이 웃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더 밝은 모습 보여드리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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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회사 이름이 '상무기획'이었어요. 재작년에 만들었는데 제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어쩔 수 없이 폐업을 했어요. 쉬는 동안 꾸준히 준비해서 지난해 10월 서로미디어라는 법인을 설립하게 됐어요. 개그맨들의 회사를 만들고 싶었죠. 저는 개그맨들에게 작가, 연출, 진행을 모두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믿어요. 그때 장동민 형, 유세윤, 양세형 많은 도움을 줬죠. 그리고 정태호, 허안나, 장도연, 박성광, 박영진, 김경진, 이상준이 라이브 방송으로 시청자들 만나고 있어요.
-온라인 방송에서 주로 무엇을 다루나?
▶예를 들어 제가 갑자기 이상준에게 전화를 걸어서 급히 100만원 빌리기에 도전 하는거예요. 통화 내용을 거의 편집도 안 하고 SNS에 올리죠. 일주일도 안 돼서 조회수가 160만 나와요. 개그맨들 몇 명 모이면 예능 하나 금방 나오거든요. 개그맨들이 설 무대가 점점 줄어들잖아요. 이렇게 새로운 길을 닦아서 자리잡으면 더 많은 후배들 부를 수 있죠. 그럼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테고요. '장비랑 제작비 지원할테니 하고 싶은 방송 마음껏 해 봐'라고 하는게 꿈이예요.
-SNS 중독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
▶저는 온라인 방송을 취미처럼 해요. 방송을 안 하면 죽을거 같고, 태생이 개그맨이니까요. 대신 홍보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저 꾸준히 와주는 친구들과 소통이 목적이죠. 예전에는 팬의 소중함을 몰랐는데 지금은 그들이 제 삶의 큰 힘이에요. SNS로 일일이 글을 달아 주고 싶어도 한계가 있잖아요. 근데 온라인 방송하면 시청하러 모이니까 동시에 여러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힘들어도 SNS를 하고 온라인 방송도 하게 돼요. 저한테는 그게 항암제예요.
-다른 병도 아닌 암인데, 일보다는 좀 쉬어야 하는게 아닌가?
▶솔직히 불안해요. 제가 암이 작은데도 급속하게 전이가 된 경우라, 재발도 쉬울까봐 무섭죠. 지금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이 계속 메스꺼워요. 찬걸 먹으면 갑자기 통증이 오고, 항암제 맞고 나면 뼈가 시리고 햇빛을 보면 어지러워요. 항암치료를 받을 수록 점점 더 힘들어질거예요. 그래도 암 때문에 하던 일을 다 놓아버리고 싶지 않아요. 식단 조절하고 운동도 하고, 건강은 더 신경쓰고 있지만 제가 하는 일은 계속 하고 싶어요. 무리만 하지 않으려고요. 지금은 그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좋아요.
ran613@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