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채수빈은 귀염둥이였다.
여자 캐릭터가 없기도 했지만 워낙 밝고 서글서글한 성격 때문에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작품을 연출한 김진만PD는 그를 '직진 가령'이라 부르며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챙겨줬고 주변 스태프나 다른 출연진들도 촬영장의 홍일점 채수빈을 살뜰하게 챙겨줬다. 그중에서도 특히 김상중의 배려는 채수빈을 감동하게 했다.
"진짜 따뜻하신 분이다. 그렇게 자상하고 젠틀하실 수가 없다. 사람들을 잘 챙겨주셨다. 밥도 사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 진짜 따뜻하신 분이다.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아역에서 성인 역할로 바뀌면서 시청자분들도 그렇고 우려와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부담 가질 것 없다고 다독여주셨다. 연기적으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씀해주셨다. '연기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들과 중심을 잘 갖고 살아가야 한다'는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책도 선물해주셨다. '유민아빠'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도 선물해주셨다. 홍일점이라서 더 챙겨주시고 예뻐해주신 것도 있다. 대본에 죽는다고 나오자 마자 울컥했다. 뭘 해도 너무 슬펐다. 대본 리딩하면서 배우들 다 울었다. 감독님은 제일 많이 우셨다. 대본 볼 때마다 우셨다."
채수빈은 작품이 잘 되고 칭찬을 받은 것도 있지만 출연 배우들끼리 너무나 친해져 '역적'은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며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역적'의 히트로 채수빈은 '대세 배우'에 등극했다. 성형기 없는, 자연스럽고 호감형인 얼굴에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췄으니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구르미 그린 달빛'과 '역적'을 하고나서 많이 알아봐주시고 인사도 많이 해주셔서 너무 좋은 것 같다. 부끄럽다. 쑥스럽다. 사실 내가 뭘 해서 이룬 성과가 아니라 좋은 기회들이 많이 왔다. 스스로가 뭘 해낸 게 아니라 뿌듯하다기 보다는 감사하다. 내가 막 화려하게 생긴 얼굴이 아니라 더 사랑받았던 것 같다."
본인은 겸손한 반응이지만 사실 채수빈은 누구보다 열심히, 진지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2014년 MBC '드라마 페스티벌-원녀일기'를 시작으로 2015년 KBS2 '스파이' '파랑새의 집' '발칙하게 고고', 2016년 '구르미 그린 달빛', 2017년 '역적'과 TV캐스트 '주워 온 고양이 남친'까지. 데뷔 3년 만에 무려 일곱 작품에 출연했다. 아무리 신인 배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소처럼 '열일'하며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간다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매번 작품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느낌이다. 작품 끝날 때마다 짧든 길든 어둡든 밝든 하나씩 배워나가는 게 있을 것 같다. 소처럼 일하다 보면 언젠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원래 욕심이 많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아직 지치지 않았고 일할 때 행복한 게 더 크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한다. 쉼 없이 역할을 맡아오다 보니 계속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역할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해야 누가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계속 고민하다 촬영하면서 그 인물의 삶을 살다 보면 고민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 인물이 입혀지는 것 같다. 신기한 게 현장에 가면 역할 이름을 많이 불러준다. 처음 갔을 때는 그 이름이 어색하다가 그게 익숙해질 때쯤 그 인물에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막연하게 꿈꿨던 배우의 길. 이제는 어떻게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조금을 알 것 같은 느낌이라고. 그래서 채수빈은 더 열심히, 그 길을 걸을 계획이다. 벌써 KBS2 '최고의 한방' 후속으로 방송되는 '최강 배달꾼' 출연을 확정짓고 다음달 촬영에 돌입할 스케줄을 세웠다.
"사실 배우는 막연한 꿈이었다. 고1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대표님을 만나고 스무 살이 돼서 연기를 바로 시작했다.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꿈을 키우다 보니 순서대로 삶을 사는 줄 알았다. 촬영을 하다 보니 감정선 정리도 해야 하고 연기도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알 것 같다가 다시 미궁에 빠지고 어려움이 닥쳤다.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그만큼 커다란 매력이 있더라. 가장 짜릿했던 순간들은 관객과 소통할 때 인 것 같다. 내가 슬픈 감정일 때 함께 슬퍼해주면 배우로서 연기할 때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나에 대한 자신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또 새로운 캐릭터를 또 만들고 새롭게 해야 하니까 늘 새로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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