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 "난 트러블 메이커"…봉준호, '옥자' 논란에 '핵직구'를 던지다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6-14 12:11


봉준호 감독이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릴리 콜린스,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등이 출연했고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광화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6.1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논란, 또 논란. 스스로를 이슈 메이커로 수식한 봉준호 감독이 '옥자'를 둘러싼 제작부터 개봉까지 벌어진 일련의 모든 사태에 대해 속시원한 진심을 털어놨다.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 지난 12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 이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당주동 포시즌스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옥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강원도 산골에서 할아버지, 옥자와 함께 순수하게 자란 소녀 미자 역의 안서현, 거대 글로벌 기업 미란도의 총수 루시 미란도, 그리고 쌍둥이 자매 낸시 미란도 역의 틸다 스윈튼, 동물보호단체 ALF(Animal Liberation Front·동물해방전선)의 2인자 케이(K) 역의 스티븐 연, 어린 미자의 유일한 보호자인 할아버지 희봉 역의 변희봉, 루시 미란도·낸시 미란도를 도와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오른팔 프랭크 도슨 역의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동물보호단체 ALF 멤버 블론드 역의 다니엘 헨셜,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2010년부터 스토리를 구상한 작품으로 '설국열차'(13) 이후 4년 만에 꺼내든 신작으로 전 세계 씨네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브래드 피트가 만든 제작사로 유명한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투자(600억원)를 맡았고 여기에 '충무로 블루칩' 안서현을 주축으로 할리우드 톱스타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등 할리우드 톱스타가 대거 출연하면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게다가 '옥자'는 지난달 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초청받아 다시 한번 '봉준호 파워'를 입증하게 된 계기가 됐다.

가장 먼저 틸다 스윈튼은 '옥자'로 내한한 소감에 대해 "고향에 온 기분이다. 아름다운 '옥자'를 한국, 고향에 데려온 기분인 셈이다. 우리는 모두 한국 영화인이라는 마음을 가졌다. 한국에 돌아와 고향에 전달하게 돼 기쁘다. 특히 봉준호 감독과 함께해 감사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스티븐 연은 "이 자리에 오게된 것이 영광이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내가 태어난 국가에서 영화인으로 돌아오고, 게다가 훌륭한 크루들과 함께해 기쁘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며 꿈이 실현됐다"며 말했고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특히 '옥자'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 보편적인 가치를 다룬 영화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 더욱 특별하다. 함께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다니엘 헨셜은 "한국이란 문화에, 따뜻한 환대를 받게 돼 너무 기쁘다. 여러분께 '옥자'를 고향에 데려와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 스타를 대표한 변희봉은 "시간이 좀 빠른 것 같다. 세상을 살다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생기는 것 같다. 변희봉이란 사람이 칸영화제에 가보고 별들의 잔치를 경험해보고 왔다. 정말 고맙고, 감사할따름이다. 이번에 칸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돌아왔다. 칸에서 한 이야기 중 70도 기운 고목나무에서 꽃이 핀 기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돌아와보니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 수 있나? 고목나무에서 손끝만큼 옴이 터올르더라. 70도 기운 고목나무가 60도쯤 오른것 같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의미깊은 소감을 밝혔다. 안서현은 "칸영화제는 모든 배우들이 쉽게 갈 수 없는 자리라고 알고 있다. 훌륭한 배우, 감독과 같이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이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했다. 앞으로 연기하면서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옥자'가 개봉할 때까지, 그리고 끝날 때까지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뜻깊은 소회를 전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이야기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다. 칸, 유럽 등 계속 시사회 및 인터뷰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까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 한국 스태프도 다시 만났고 뉴욕에서는 뉴욕에서 일한 스태프들도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통해 오는 29일 전 세계 동시 모습을 드러내게된 '옥자'. 국내 극장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진행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목적인 넷플릭스로서는 국내에서 시도하는 극장-스트리밍 동시 개봉이 파격적인 결단인 셈. 이런 시도를 결정하게 된 바탕에는 봉준호 감독의 '한국에서는 반드시 스크린 상영을 보장해 달라'라는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봉준호 감독은 관객에게 다양한 방식의 플랫폼을 통해 질 높은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는 소망이 '옥자'를 통해 실현된 것.


그러나 안타깝게도 봉준호 감독의 바람은 국내 멀티플렉스들의 반발로 좌절됐다. 영화계 산업 질서를 붕괴한다는 명목하에 넷플릭스와 '옥자'의 극장-스트리밍 동시 개봉을 반대하고 나선 것. 기존의 영화 산업 구조에서는 선(先) 극장 개봉 이후 홀드백(개봉 3주 후) 기간을 거쳐 IPTV 서비스를 진행해왔지만 '옥자'가 이런 관행을 깨고 극장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개봉하겠다 선언해 문제가 됐다. 칸영화제 역시 프랑스 내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옥자'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는데 칸에 이어 국내까지도 극장 측과 대립하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옥자'는 보이콧을 선언한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 6개 권역, 7개 소극장과 협의해 상영을 결정했고 이후 전국 100여개의 소극장과 상영을 논의 중이다.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만드는 것 같다. 칸에서도 이후 영화제 규칙이 생겼다. 우리 영화로 인해 변화가 생긴 것 같아 그것도 대단하다. 칸영화제는 미리 규칙을 정리하고 초청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우리를 초청한 뒤 논란을 만들어 당황스러웠다. 프랑스 내부적으로 법을 정리하고 우리를 불렀다면 좋았을 텐데 법도 정하지 않고 우리를 불렀다. 사람 불러놓고 민망하게 왜 그랬나 모르겠다. 영화제라는 것이 늘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가 그런 역할을 만들어서 영화제 초반을 달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한국은 조금 다르다. 멀티플렉스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반면 넷플릭스는 극장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하는 원칙이 있다. '옥자'는 넷플릭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극장 관객을 위해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나의 영화적인 욕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이런 논란이 없었다. 원인 제공자는 나다. 넷플릭스도 좋지만 극장에서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런 욕심에 진행을 했던 것인데 현실적이나 법적으로 명확한 선이 없다. 업계의 룰이 좀 더 세부적으로 다뤄질 것 같다. 룰이나 규칙이 전해지기 전 우리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 우리가 신호탄이 된 것 같아 좋은 일인 것 같다. 나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나 때문에 피로해진 업계의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다행스럽게도 대형 극장은 아니지만 좋은 극장에서 상영을 허락해줬다. 한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극장을 찾아볼 기회도 된 것 같다. 지금 상황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작지만 길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 그는 "문화적인 경계를 넘어보고 싶다거나 다양한 문화를 섞어보고 싶은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단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설국열차' 때는 인류의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남한과 북한만 있으면 이상하지 않나? '옥자'도 다국적 거대 기업이 많은데 그런 기업에 관한 이야기며 아시아 깊은 산속의 소녀와 거대 기업의 CEO가 만나 펼치는 이야기다. 문화적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게 가장 우선은 내가 찍고 싶은 스토리다. 다른 어려운 점은 없다. 예전 한국어 대사 영화를 할 때도 미국 팀과 같이 호흡을 맞췄고 일본영화 때도 일본 스태프와 일을 했다. 자연스럽게 작업 방식은 적응이 됐다. 내 주변에 좋은 통역가들이 많다.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같은 한국말을 하는 배우일지라도 뜻이 통하지 않으면 힘들다. 이미 전 세계는 국경이 붕괴된 상태다.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고 있고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작품만 네 작품이다.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늘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작품에도 그냥 흘러가는 법이 없다. 그 메시지의 매력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칸영화제에 가서 봉준호 감독의 위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다. 오랜 연기 생활을 해왔지만 기립박수를 흔히 보지 못했다. 그 큰 극장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기립박수를 치는데 5분간 시계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카메라가 내게 오는 것이다. 얼른 시계에서 눈을 떼고 앞을 보는 척 했다. 그럼에도 계속 박수가 나왔다. 봉준호 감독의 외모에 정다운 미소나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배우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옥자는 곧 봉준호였다"고 재치를 발휘해 장내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마지막으로 "논란을 끝내고 '옥자'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편, '옥자'는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릴리 콜린스, 변희봉,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등이 가세했고 '설국열차' '마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한국시각으로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 동시에 29일부터 멀티플렉스 극장을 제외한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전 세계 유일 무제한 상영될 예정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