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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제훈(33)이 "실존인물 박열만큼은 스스로 다그치며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에서 일본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불량 청년 박열을 연기한 이제훈. 그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이렇듯 데뷔 시절부터 탄탄대로 꽃길을 걷던 이제훈. 그가 '박열'을 통해 역대급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극 중 이제훈은 일본 한복판에서 남루한 생활을 하지만 조선인을 조롱하는 일본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등 기세만은 당당했던,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 박열을 소화했다. 간토대지진의 혼란을 틈타 자행된 무차별적인 조선인 학살 문제를 무마시킬 희생양으로 지목돼 검거되지만 그는 오히려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면서 조선인 학살 문제를 전 세계에 폭로하는 영웅을 완벽히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실존인물인 박열을 소화하고 인물의 신념까지 표현하기 위해 박열 일대기를 세세하게 공부하고 익힌 것은 물론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투영하기 위해 외모를 변신하고 일본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는 열정을 보인 이제훈. 불량기 가득한, 뜨거운 피를 가진 청년 박열이 된 그는 광기의 열연으로 '박열'을 가득 채웠다.
이날 이제훈은 "처음 이준익 감독의 작품을 하는 것에 있어서 예전부터 많이 기다렸다. 이 작품을 받았을 때 굉장히 기뻤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상당히 연기하기 까다롭고 어려웠다. '과연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일제강점기 내용이 울분과 뜨거움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걸로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캐릭터가 생각하는 것과 신념, 태도가 더 중요하게 와닿았다. 매 순간 촬영장 갈 때마다 노심초사했다. 괜히 연기가 왜곡이 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관객이 메시지를 잘 읽지 못할까 신중하게 접근했다. 현장에서 스스로를 예민하게 다뤄야 했던 것 같다. 일본어 대사가 50% 이상 된 분량이었는데 이번 작품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어려운 작품이기도 했다.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게감이 상당했던 역할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촬영이 올해 1월 초에 들어갔는데 드라마를 바로 끝낸 이후라 시간이 부족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해 부담감이 컸다. 인물을 빨리 탐구하고 일본어 대사도 숙지를 해야 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사를 품에 끼고 살았다. 영화 중반에 한참 숙지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꿈을 꿨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공판 신을 연기하는 꿈을 꿨는데 꿈에서 내가 액션 하는 순간 아무것도 대사를 읊지 못했다. 그 순간이 5초밖에 안됐는데 굉장히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더라.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엑기스 장면이었는데 그런 꿈을 꿔 굉장히 멘붕이었다. 이후에 촬영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고 다른 배우들이 연기할 때도 그 대사를 읊조렸다. 다들 주변에서 '대사좀 그만 말해'라고 할 정도로 달달 외웠다. 대사보고 읊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던 욕심이 컸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데뷔 초 보여준 영화 흥행력과 달리 최근 드라마 흥행 부진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그는 "배우의 인생을 가는데 있어서 원하는대로 계획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감독, 시나리오를 통해 선택받는 배우이며 물론 매 작품 연기를 잘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그게 첫 번째다. 또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고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연기력을 보여준다라는 것은 오히려 독이될 수 있다. 오히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무난하게 넘겨야될 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박열이라는 인물이 보여지면서 시대상이 보여질텐데 그런 부분이 나에겐 득이 되는 것보다 독이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잘 표현하고 싶었다. 자신감있게 표현했다면 그 부분까지도 나를 재단하고 지켜봤던 것 같다"며 "나는 매 작품을 통해서 아직은 성장해야될 배우라고 생각한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꺼낼 자양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이 흥행이나 사랑을 받는 것에 있어서 기대하고 바라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 보다는 작품을 꾸준히 하면서 사람들한테 친숙해지고 나라는 사람이 신뢰가 가길 바라는 것 같다. 스스로 안주하거나 안정적인 선으로 이 길을 가고 싶진 않다. 꾸지람을 듣던지 많이 깨지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배우라는 정체성을 계속해서 나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