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서른두번째 주인공은 방송인에서 사업가로 변신, 유쾌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홍록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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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웨드 대표 홍록기(이하 홍): 돌잔치 전문 브랜드 나우베베를 전신으로 홍록기파티하우스로 이름을 바꿔 운영 중이다. 6년 전 지인이 웨딩홀로 쓰이던 신림동 빈 공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가봤더니 웨딩홀로 계속 사용하기에는 천장이 낮고 지역 특성상 유동인구는 많은데 교통은 불편했다. 당시 나우웨드 부사장이 돌잔치를 권해 갸우뚱하면서도 추진한 건데 이게 터진 거다.
-엄마들과 사진을 찍는 것도 홍록기의 사업 핵심인 '애프터 터치'와 일맥상통 하는 격이다.
▶홍: 상담을 하는 직업에 있어서 '애프터 터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관계에 있어 당연히 끝이 날 것 같지만, 상담 과정에서 고객의 고민이 무엇인지 상황은 어떠한지 다 알게 되었지 않나. 후에 이를 토대로 서로 안부를 물으며 또 다른 신뢰의 감정을 쌓인다.
적절한 금액에 최대의 만족도를 원하는 이들이 컨설팅을 찾는 만큼, 내 이름을 걸고 최선으로 노력한다. 물론 마음이 안 맞아 생기는 컴플레인은 사업을 하며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3월부터는 글로벌 청년창업가재단(이사장 김대진)에 투자 및 홍보대사로 나서고 있다. 소감도 남다르겠다.
▶홍: 영화 '아메리칸 셰프'(2014, 존 파브로 감독)를 보고 참 감동을 받았다. 한인 푸드트럭 쉐프 로이 최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기도 하고, 작은 아이디어가 SNS의 파급력을 타고 조력자를 만나 화제성 있는 비즈니스로 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글로벌 청년창업가재단도 이와 많이 닮아 있다. 이층집을 개조해 카페처럼 만들어 운영된다. 20대의 똘망똘망한 친구들이 그곳에 모여 같이 회의하고 또 각자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피가 끓는 것이 느껴진다. 말 한마디도 메모하고 또다시 일에 덤벼드는 그들의 젊음이 멋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인드. 남들과 다른 유니크한 것에 도전하는 자체에 프라이드를 가지는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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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위한 컨설팅인 셈이다.
▶홍: 그렇다.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것이 있는데 BCS(Business Connect System), 즉 기업과 기업 간의 연결을 통한 상호 영업망을 구축하는 커넥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MGM(Members Get Members) 매체다. 기업 또는 사업자가 만나 서로 그룹을 형성하고 비즈니스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인데 쉽게 말해 친구 찾기 솔루션이라 한다. 예부터 우리나라에 보면 친구가 소개해주면 싸게 해주는 관습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데이터화하는 거다. 3년 전부터 기획했고 현재 개발 및 진행중이다. 소상공인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군이 모여 가소개를 통한 사업 확장을 이룬다. 또 단순 소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수익에 대한 일정 금액에 대한 보상도 가질 수 있다.
지금 하는 사업들도 각자 움직이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한 덩어리가 되어 라이프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본다.
-회사 직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니 분위기가 좋아보이더라.
▶홍: 업무에 있어서 펀(fun)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왔다. 월급이 높으면 물론 좋겠지만 재미있게 일할 때와는 능률이 다르다. 함께 하는 동안은 모두가 재미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그들이 성취했다는 보람과 그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본인이 스스로 결정한데에 있어서 결과과 좋으면 그 자신감은 어디서도 배울수 없는 큰 자산이 된다. 그것이 모여 노하우가 되고 평생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중학생 때 응원단장을 맡으며 그런 기분을 처음 느꼈다. 공부 대신 연습만 해서 부모님과 선생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기도 했지만 그 자신감은 아직까지도 황홀하다.
20대 초중반들이 사회에 나올때 스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만, 그 기준이 사회가 만든 것인지 본인이 세운 것인지에 대한 인지를 먼저 해야할 것이다. 무얼 결정하고 잘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좋겠다. 우리 회사 직원들만큼은 그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한달에 한번씩 모여 춤도 추고 그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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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젊은 에너지가 좋다. 그 효과를 확실히 경험한 적이 있다. 뮤지컬 '록키 호러쇼'의 초연을 맡았을 때다. B급 문화와 컬트(cult) 적인 요소를 담은 파격적인 장르에, 노출이 있는 다소 기괴한 의상을 입어야 하기에 출연진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기존 뮤지컬 배우들이 좀 꺼려했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 지원서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열어보니 정말 의외였다. 이제껏 파마나 미니스커트를 접해 본적이 없는 이대 정치외교학과 소속의 친구.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친구. 태권도만 10년 동안 해온 친구 등. 무모하지만 연출가에게 이대로 가보자고 했다. 이게 '록키 호러쇼'의 재미가 될 것 같다고.
이 친구들이 음정도 박자도 안 맞고 춤도 너무 못했다. 기존 배우들처럼 멋진 프로포션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날 공연에 '이건 대박이다'라고 느꼈다. 그들의 에너지가 빛을 바란 거다. 먼저 뮤지컬 무대의 어려운 동작들 대신 그들이 할 수 있도록 틀을 다 깨주었다. 기존 배우들처럼 잘 하지 못하니까 그들보다 더 강한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고, 신나게 임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이전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스킬은 엉망이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는 끈적끈적한 무언가를 말이다. 젊음에서 오는 그 에너지란 무엇보다 뜨겁고 굉장한 흡수력을 지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하다 보니, 즐거움도 있겠기만 그만큼 힘든 점도 있을 것 같다.
▶홍: 많은 일이 있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지나가고 느낀 바가 있다면, 사소한 감정을 조심해야 한다.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울기도 했고 큰 손실을 잃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에 잡혀 있지 않으려고 한다. 공연도 1막과 2막이 있지 않나. 1막에 실수가 있어서 거기 연연하다 보면 2막도 망치게 된다. 실수는 빨리 잊고 평정심을 가져야 더욱 탄탄해진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