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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6년차, '국민 배우' 송강호(50)는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트로피의 진짜 주인은 바로 '관객들'이라는 것을 진심 어린 수상 소감 속에 꾹꾹 담아 전했다.
시상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2월 초 스포츠조선과 만난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를 향한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관객들이 '택시운전사'에 보내준 사랑은 곧 '격려'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인터뷰 내내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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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7월 10일 '택시운전사'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송강호는 영화의 배경이 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그는 "광주민주화운동 때 난 중학생이었다. 그때 라디오를 통해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었고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 왜곡된 보도와 통제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그 분들의 희생당하신 고귀한 정신들이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영화로 담아서 많은 분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많이 부족했지만. 그런 점에서 정말 작은 마음의 빚이라도 덜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는 '택시운전사'를 통해 그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어 냈을까. 송강호는 기자의 질문에 "광주에 미안함을 갖는 건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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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택시운전사'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택시운전사'는 스스로 반성을 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이 영화가 아픔과 고통의 기억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분들, 광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아픈 민주주의 성장사의 한복판을 거쳐 오셨던 전 국민분들에게 위안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시건방진 생각을 했죠. 하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에는 저희가 그들을 위로한 게 아니라 그 분들이, 관객들이 저희의 등을 토닥여주셨습니다. '택시운전사'는 제 필모그라피에서도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많은 위로를 받았고 또 앞으로 많은 분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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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끝나고 박희순 배우에게 문자가 왔는데, 박희순 배우도 '오랜만에 정말 좋아하시는 걸 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물론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기뻤던 게 사실이지만 유해진 배우와 류준열 배우를 끌어안은 데는 이유가 있어요. 두 배우 모두 후보에 올랐지만 공교롭게 앞서 상을 받지는 못했죠. 속으로 만약 내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두 배우를 꼭 끌어안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상 호명이 들리고 두 사람을 끌어안았는데, 두 사람이 너무 당황해하더라고요.(웃음)"
이어 그는 그날의 청룡영화상을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들을 위한 추모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시상식에서는 추모 영상과 차태현의 진심어린 스피치를 통해 고 김영애, 김지영, 윤소정, 김주혁 등 올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했다.
"먼저 떠난 배우들을 위해 애도의 시간을 가졌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변호인'을 함께 했던 고 김영애 선생님도 그 중 한 분이셨고요. (김)주혁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혁이와는 한 작품('YMCA야구단') 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늘 좋아했던 후배였습니다. 애도 영상 속에 나온 다른 선배님들과는 작품으로 인연은 없었지만 늘 존경하던 분이었습니다. 그 분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게 참 의미가 있었습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스포츠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