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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현실에서 거세게 부는 비혼의 바람이 드라마로도 흘러들어갔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혼인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1.8%나 감소한 1만 5670건이었다.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이 기혼대신 미혼, 여기에 더 나아가 비혼을 택하며 방송가에도 '비혼'이 또다른 트렌드로 자리잡은 바. '비혼'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이달 초 종영한 tvN '오 마이 베이비'나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2 '그놈이 그놈이다', JTBC '우리, 사랑했을까'는 모두 결혼에는 무관심한 여성들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내세웠다. '오마베'에서는 서른아홉 아홉수에 빠진 육아지 더 베이비의 차장 장하리(장나라)가 주인공이었고, '그놈이 그놈이다'에서는 웹툰 기획 PD인 서현주(황정음)가 등장부터 비혼을 선언하고 나서며 색다른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우리, 사랑했을까'의 노애정(송지효)은 이름부터 '노(NO)' 애정으로, 그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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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노애정의 '아이 아빠 찾기'라는 콘셉트를 가져와 4대1 로맨스를 펼치는 '우리, 사랑했을까' 역시 지금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해 앞으로만 나아가는 노애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결국에는 네 남성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져 가족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비혼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발상을 가져왔음에도 결국엔 전통적이고 고정적인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트렌드인 비혼 등을 시청자들 앞에 가져온 시도는 좋았지만,현재로서는 비혼 과도기, 반쪽짜리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평을 피할 수는 없다. 여기에 여성과 남성 등이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담는 대신, 사랑을 통해 비로소 한 사람으로서 완성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 역시 최근 시청자들의 시점과는 벗어난 이야기.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비혼 여성들이 늘어나고, 비혼을 생각하는 여성들이 주시청층인 2040 여성들과 합치된다는 점에서 그들의 관심을 반영한 드라마가 기획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며 "다만 비혼을 원했던 여성들이 모두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전개는 실망을 안길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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