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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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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전북 현대는 K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다. '연패가 없는' '지지 않는'이란 강팀만의 수식어를 갖춘 팀이다. 패배를 승리로 돌려놓는, 회복 탄성이 뛰어난 팀이다. 한두 골 먼저 내주더라도 전북이라면 지지 않을 것같다는 믿음이 있다. 승리의 기운, 이기는 습관이 내재돼 있다.
그런 전북이 3일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제주에 0대4로 완패했다. 4골 차 패배는 2005년 8월 28일 성남 일화에게 1대5로 대패한 지 무려 12년만이다. 광주전에 이어 2연패했다. 이 또한 2015년 10월 4일 이후 1년7개월만이다.
무엇보다 '안방불패'의 성지, '전주성'에서 제주 외국인 공격수들의 '미친' 활약을 속수무책 지켜보는 기분은 묘했다.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었다. 전북 팬들은 상대 진영을 치고 달리며 유린하던 '닥공의 화신'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의 부재를 떠올렸다.
'1강' 전북의 최전방에는 언제나 모든 팀들이 부러워하고, 모든 감독이 언급하는 출중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있었다. 위기의 순간, 상대 문전으로 득달같이 달려들고, 대포알 슈팅을 쏘아올리며, 어김없이 한방 해주는 '해결사'가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지난 시즌 12골 6도움, 로페즈는 13골 6도움을 기록했다. 둘이 25골을 합작했다. 전북이 한 시즌동안 터뜨린 71골 중 35.2%를 책임졌다.
올시즌 초반 전북에는 위협적인 외국인 선수가 없다. 알자지라로 이적한 레오나르도의 공백은 크다. 로페즈는 무릎 십자인대 수술로 6개월 가까이 재활중이다.
올해 36세가 된 에두는 리그 7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왼발의 위력은 여전하지만, '골대 불운'으로만 치부하기엔 예의 날선 모습이 없다. 패스플레이가 실종되면서 고립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올시즌 전북 유니폼을 입은 에델은 9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에델은 상주전(4대1 승)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후 측면에서 가벼운 몸놀림, 번뜩이는 모습을 간간히 보여주지만, 파괴력은 부족하다. 전북 적응기간이 아직은 더 필요하다.
에두, 에델 등 외국인 공격수들의 부진과 상대 수비를 뒤흔들고 킬패스를 찔러줄 측면 공격수 이재성, 로페즈의 부상 공백이 겹치며 3~4월 내내 전북은 공격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두 달 가까이 지지 않는 경기를 이어왔다. '7경기 무패'를 달리며 리그 선두까지 오르는, 1강의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날카로운 이빨을 장착한 제주에게 '잇몸 전술'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지난해까지는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우리 팀이 잘하는 축구를 했다. 임기응변, 상대 맞춤형 전술에 한계가 왔다"는 최강희 감독의 고백은 솔직하다. 지난해까지 잘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절대 킬러,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들이 있었다. 올시즌 차, 포 뗀 스쿼드를 그나마 버텨주던 힘은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제주전에선 그 궂은 일을 해왔던 '악바리 수비' 최철순이 없었다. '왼발 프리킥'으로 2골3도움을 기록하며 웬만한 공격수 이상의 몫을 해온 김진수도 경고누적으로 동시 결장했다. 제주는 그 불안한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기세등등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가공할 스피드와 '송곳' 카운트어택으로 일사불란하게 파고드는 데는, 이길 재간이 없었다.
제주전에서 에두의 슈팅은 3개, 이중 유효슈팅은 1개였다. 후반 교체 투입된 에델 역시 슈팅 1개에 그쳤다. 상대의 압박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이에 비해 마르셀로, 마그노, 멘디 등 제주 외국인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레오나르도와 로페즈를 가졌던 시절, 전북처럼 빠르고 자신감이 넘쳤다. 마르셀로와 황일수가 가공할 스피드로 순식간에 수비라인을 허무는 장면은 위력적이었다. "4대0이 다행일 정도였다"는 최 감독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올시즌 9경기에서 제주가 기록한 17골중 '외국인 삼총사' 마르셀로(5골), 마그노(3골), 멘디(3골)가 11골을 책임졌다. 전북의 에두, 에델은 12골(1골은 상대 자책골) 중 3골을 기록했다. 전북의 최다득점자는 4골을 기록한 '토종 파워' 김신욱이다. 전북이 잘하는, 전북의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공격수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전북은 6일 오후 5시,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대구 원정에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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