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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과 포르투갈의 스무살 청춘들이 손을 맞잡았다. 천안벌을 붉게 물들인 2만여 관중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8강의 같은 꿈을 향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치의 양보 없이 치고 달렸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맞잡은 손은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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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열린 스무살의 월드컵, 더 높은 곳을 열망했건만 신나는 도전은 16강에서 멈춰섰다. 지면 탈락인 '끝장승부', 간절했던 만큼 가슴 아픈 패배였지만, 선수도 관중도 과거와는 달랐다.
현장의 축구 팬들은 청춘의 패배를 탓하지 않았다. '약관' 스무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해도 되는 나이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승리든 패배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실패하고, 실수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90분간 사력을 다해 싸웠고, 상대팀과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하며 축구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증명해보였다. 천안벌을 메운 관중들의 페어플레이 역시 뭉클하고 뿌듯했다. 패색이 짙은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그라운드에는 "대~한민국!" 함성이 멈추지 않았다. 이날 포르투갈의 두번째 골을 넣은 브루노 코스타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1등 관중'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에밀리우 페이시 포르투갈 감독 역시 아름다운 마무리를 언급했다. "승리도 기쁘지만 양국 선수들이 마지막에 손을 잡고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서포터스의 페어플레이를 극찬했다. "이긴 것도 좋지만, 오늘 경기가 끝난 후 마지막에 양국 선수들이 세계를 향해 보여준 우정을 기쁘게 생각한다. 환상적인 서포터스와 정말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FIFA홈페이지도 대한민국 천안의 수준 높은 관중 문화에 찬사를 보냈다. 이날 경기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마지막까지 노래하는 관중들'을 꼽았다. '사다스의 세번째 골이 들어가자 천안종합운동장은 일순 침묵이 흘렀다. 20세 이하 월드컵의 꿈이 무산됐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잠깐의 침묵 후 다시 한번 북소리와 응원구호,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3번의 한국 경기에서 보았던 열기 그대로였다.'
대한민국의 5월을 희망과 열정으로 물들인 축구청춘들과 함께한 모든 날들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네 잘못이 아니다.'(드라마 '도깨비' 중)
천안=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