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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한축구협회(정몽규 회장)가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이미 한 차례 기회를 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했다. 그 잘못된 판단의 결과를 똑똑히 봤을 것이다.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 무득점으로 비겼고, 승리했어야 할 카타르전에서 졌다. 또 다시 기회를 주는 건 판단 미스이자 직무 유기다. 이미 재신임이 잘못된 결정이란 사실이 결과로 드러났다. '결과론'이란 말은 회피일 뿐이다. 대표팀 사령탑은 결과로 말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우리 A대표팀은 분명 한수 아래인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에서 또 한번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 수비라인이 무너지면서 연속 실점으로 질질 끌려다녔다. 한국프로축구연명의 협조로 대표 선수를 조기 차출해 훈련까지 했지만 크게 달라진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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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한 차례 경질 위기에 몰렸었다. 지난 3월이었다. A대표팀은 중국 원정에서 0대1로 졌다. 졸전이었다. 그리고 시리아전에선 간신히 1대0로 승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두고 심각한 논의를 했다. 고민 끝에 대안이 없다며 슈틸리케를 재신임했다. 대신 정해성 수석코치를 선임, 슈틸리케 감독을 돕도록 했다.
3개월 만에 다시 소집된 A대표팀은 결과적으로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태극전사들은 아시아의 약체 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지도력 부재가 빚어낸 참사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위기를 극복할 그 어떤 리더십도, 용병술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 대표팀은 이번 최종예선 원정에서 무승행진을 계속 이어갔다. 이대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감독 교체라는 극약 처방만이 남았다. 팀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없다.
다음 경기인 8월말 이란전까지는 제법 시간이 있다. 슈틸리케를 경질하고 후임자를 선택할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적은 것도 아니다. 더이상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그만큼 한국 축구는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만에 하나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감독이 문제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에 대한 맹비난과 사퇴 압박이 거세질 것이다. 한국축구를 대표해 FIFA 평의회에 입성한 정몽규 회장의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 14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카타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서 2대3으로 분패했다. 한국은 4승1무3패(승점 13)로 가까스로 A조 2위를 유지했지만 9회 연속 본선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의 승점차는 단 1점이다. A조 1위 이란은 일찌감치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지만 한국은 안갯속이다.
한국의 9차전 상대는 이란(8월 31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10차전은 우즈베키스탄전(9월 5일)이다. 예선 최종전이 사생결단 단두대 매치가 될 공산이 커졌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