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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서울은 마지막 38라운드 제주전(19일)만 남겨두고 있다. 이 경기를 승리하더라도 수원과 울산이 남은 두 경기서 한 경기만 승리하면 서울은 ACL에 나갈 수 있는 마지노선 3위에 오를 수 없다. 서울은 앞으로 수원과 울산이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해야만 ACL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서울 구단과 황선홍 서울 감독은 지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서울은 1년 전 2016시즌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올랐다. 서울은 전북 현대와 함께 우리나라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양대 클럽이었다.
서울은 이번 시즌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았고, 좀 올라오는 듯 했지만 파괴력과 뒷심이 부족했다.
가장 큰 원인은 결과적으로 2017시즌 전 준비가 잘못 됐다. 본격적인 레이스 전 준비 과정에서 나쁜 결정을 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대부분 '밥값'을 못했다. 외국인 선수 마우링요는 기량 미달로 중도 퇴출됐다. 수원 삼성에서 영입한 이상호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중원 사령관' 역할을 기대했던 하대성은 시즌 내내 부상으로 재활하는 시간이 더 많다. 하대성은 종아리 통증으로 머리가 아프다. 후반기 도약을 기대하며 데려온 코바도 발목을 다쳐 시즌 아웃됐다. 이란 출신 수비수 칼레드도 존재감이 없다. 선수 계약이 전부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지만 올해 서울 처럼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도 보기 드물다.
기량이 좋고 팀 컬러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를 뽑아오는 게 구단과 지도자의 능력이다. 구단의 선수 영입에서 '머니 파워' 게임은 그 다음 문제다.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고 또 K리그를 꿰뚫는 날카로운 눈이 있다면 얼마든지 양질의 선수들과 계약할 수 있다.
서울 구단은 올해의 실패를 뼈저리게 곱씹으며 주도면밀하게 내년 준비를 해야 한다. 1년 전과 같은 준비로는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 주득점원 데얀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골문 앞에서의 스피드가 떨어질 것이다. 박주영의 몸상태는 매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지 못한다는 게 드러났다. 수비수 곽태휘의 경기력도 내리막으로 향하고 있다. 팀을 이끌어야 할 고요한 주세종 등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서울 구단과 황선홍 감독의 계약은 2018시즌까지다. 황 감독은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맛있고 멋진 '요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이 경우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요리사'는 평소 보다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높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