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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축구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12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 신태용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도쿄(일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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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은 우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지난달 24일 명단을 발표하며) "내 머리 안에는 조 추첨보다 동아시안컵이 중요하다."(3일 월드컵 조추첨 후 귀국하며) "최선을 다해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전해보도록 하겠다."(7일 동아시안컵 공식 기자회견에서)
2017년 동아시안컵을 향한 신태용 감독의 시선은 한결 같았다. 결과였다. 세대교체를 천명하며 유망주들로 명단을 채운 중국, 그간 기회를 얻지 못한 J리거들을 대거 내세운 일본과 달리 신태용호는 이번 대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정식 A매치 기간이 아닌만큼 유럽파를 선발하지 못했지만 다른 선수들은 월드컵 명단에 가까운 선수들이었다. 특히 수비는 사실상 베스트였다. 신 감독 역시 "동아시안컵에 나서는 수비조직은 월드컵 멤버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컨디션 난조와 부상만 없다면 이 멤버로 큰 틀 안에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2연전에서 기류를 바꾸기는 했지만, 여전히 싸늘한 팬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승 뿐이었다. '라이벌' 중국, 북한, 일본을 상대로 패하기라도 한다면 다시 최악의 여론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동아시안컵 우승 전략은 신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고, 신 감독의 결정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중국전부터 그랬다. 전술만큼은 자부심이 있는 신 감독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대응에 늦었다. 상대가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원톱 김신욱이 고립되는 가운데서도 투톱, 혹은 스리톱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2대2로 비겼다. 전반 완벽한 경기력에도 골을 뽑아내지 못한 불운이 있었지만, 아쉬운 결과는 전술적 미스도 분명 한 몫을 했다.
12일 북한전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도가 이어졌다. 필승 의지를 내세운 경기, 공격 보다는 수비에 치중한 상대에도 불구하고 수비적인 스리백을 경기 내내 고수했다. 올 시즌 내내 투톱에서 뛰었던 진성욱을 원톱에 넣고, 윙백으로 활약하던 김민우를 왼쪽 윙포워드로 내세운 것도 마찬가지다. 결과를 잡겠다는 경기에서 익숙치 않은 자리에 선수들을 기용한 것은 의문부호가 붙는다. 차라리 실험을 목표로 한 경기라면 이해가 가지만, 신 감독은 분명 이번 북한전에 내용과 결과를 잡겠다고 했다. 승리를 향한, 좋은 축구를 향한 최선의 장을 마련했어야 한다.
승리하기는 했지만, 분명 가슴 시원한, 모두가 엄지를 치켜올릴만한 승리는 아니었다. 실험과 결과 사이에서의 외줄타기, 신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과연 무엇을 얻으려 한 걸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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