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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꼬였다.
먼저 선수 선발을 보자. 수비수가 너무 많았다. 수비 불안으로 여러 카드를 가져가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결과 공격쪽에 옵션이 부족했다. 벤치쪽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가 부족했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었다. 4-4-2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중거리슛이라는 특징이 있는 이창민(제주), 높이와 속도를 더해줄 수 있는 석현준(트루아) 등의 부재가 아쉬웠다.
선수 선발부터 갈피를 잡지 못하자, 전략도 흔들렸다. 우리만의 것을 연마하지 못했다. 소집 후 온두라스와의 첫번째 평가전부터 오스트리아에서 펼쳐진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까지 매번 다른 이름, 다른 전술이 나왔다. 상대를 속이겠다는 의도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패착이 됐다. 누가 나설지, 어떤 전술로 뛸지 모르는 가운데, 상대를 속일 수 없다. 정해진 전략 없이 치러지는 월드컵이 제대로 진행될리가 없었다.
전략 부재로 신 감독의 트릭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트릭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수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너무 머리를 쓰다보니 처음에 계획했던데로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문선민(인천)은 스웨덴전 깜짝카드라고 하고 뽑아놓고 써먹지도 못했다. 멕시코전에 유용한 카드라 했던 김신욱(전북)은 멕시코전에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고요한(서울)은 1, 2차전에 모두 제외됐다.
신태용호의 16강행 실패는 부상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인재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