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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축구가 하고 싶어요."
이유가 있었다. 아산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1983년 창단된 경찰체육단은 국방부에서 경찰청에 지원하는 의무경찰(의경) 병력의 일부다. 정부는 2023년까지 5년간 매년 20% 비율로 의경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폐지 절차 중 아산을 포함한 체육단 폐지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산은 당장 의경을 뽑지 않을 경우 선수 수급이 중단된다. 기존 선수들이 제대하면 2019년에는 이명주 주세종 등 단 14명의 선수만 남는다. K리그 가입조건(20명 이상의 선수로 팀 구성)을 충족시킬 수 없다. 즉, K리그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우승 세리머니 뒤 이명주는 단 한 마디를 남겼다.
"내년에도 축구가 하고 싶어요." 간절한 바람이었다. 안현범 이한샘 임창균 주세종 등 1094~1095기 14명은 다음 시즌이 불투명하다. 아산이 K리그 가입조건에 맞지 않는 만큼 그들이 축구할 곳은 사라져 버리기 때문.
선수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였다. 그저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한샘은 "K리그1이든 K리그2든 상관없습니다. 내년에도 축구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아산 문제는 지난 9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대책은 커녕,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했던 셈이다. 하지만 아산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값진 결과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안현범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년에도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일뿐이 아닐까요"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아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