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생산 방식이 바뀌고, 유통 성공 방정식이 바뀌었습니다.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일방적인 공급자 주도형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 받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읽어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인플루언서(influencer, SNS 등에서 많은 팔로워를 통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들이 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동대문의 작은 매대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을 유치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백화점들이 삼고초려할 정도입니다.
SNS나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존 히트 아이템도 이들 손을 거치면 달라집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과감히 더하고 뺄 줄 아는 이들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면서, 업계에서'귀한 분'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가 대표적입니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에 4000억원을 받고 스타일난다를 매각했습니다만 로레알이 계속 최고경영자(CEO)를 맡길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스포츠조선은 이들 '핫' 인플루언서를 직접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보고, '핫' 트렌드도 따라가 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사전에 받아 인터뷰에 담는 쌍방향 콘텐츠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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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팔로워들의 호응에 힘입어 급기야 1년 전 효소 등 이너뷰티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엘비컴퍼니'까지 차렸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처음엔 인플루언서로서 김 대표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더니, 엘비컴퍼니 설립을 적극 도와줄 정도로 든든한 후원군이 됐다.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아이디어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공간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 대표가 오랜 경험 끝에 터득한,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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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일까? 뷰티 관련 인플루언서들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40대는 상당히 드문 편으로, 바로 김 대표만의 차별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김 대표 또래 뿐 아니라 50대에서 60대 팔로워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또 김 대표의 콘텐츠는 정보와 재미, 관련 제품 소개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는 평을 받는다. "그냥 막 사진을 올리는 듯 하지만 절대 아니다. 사전에 엄청나게 고민을 한다"는 김 대표는 "화려한 볼거리, 정보성, 또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 등을 고루고루 분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음 콘텐츠가 궁금해지도록, 캐릭터와 스토리를 강조하는 것도 김 대표의 노하우 중 하나다. 그녀의 인스타에 종종 등장하는 두 마리 반려견이 대표적인 예. 요크셔테리어 '키로미'는 엉뚱한 성격으로 팔로워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아로미'는 예쁘고 얌전한 캐릭터로 '랜선 이모'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실제 아로미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사진을 올리니, 걱정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김 대표는 '옆집 언니같은 편안함'으로 팔로워들의 사랑을 받는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일주일에 2~3번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라이브를 할 때는 편하게 머리띠를 하고, 남편 흉도 같이 본다.
댓글도 진정성이 느껴지도록, 최대한 정성껏 달아준다.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보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나이 세안법'이다. 그녀가 15년 넘게 해온 피부 관리법으로, 나이만큼 세안 횟수를 늘려가라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찬 물로, 자기 나이만큼 얼굴을 튕겨내듯 세안을 해주라고 구체적으로 설명까지 해준다. '물을 많이 마셔라' '숙면을 취해라'는 등의 다소 상투적인 댓글을 다는 여타 인플루언서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홍보대행사 피알원의 이희진 부장은 "요즘 인스타 공간을 자신의 브랜드 판매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치게 광고성 콘텐츠가 많으면 거부감이 든다. 김 대표의 경우 일상 게시글과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고자 고심하는 점이 두드러진다"며 "답글을 아주 활발히 달면서 소통도 열심히 하는 점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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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까지 치면 10년 가까이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을 해온 셈이다. 오랜 내공을 자랑하는 김 대표는 결코 평범한 '멘탈'로는 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똘끼'도 있어야 하고, 악착같아야 한다는 이야기. 인스타 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알찬 콘텐츠를 하루에 최소 5개씩은 올려봐라. 6개월 이상 계속할 수 있다면 그때는 단순 취미 이상의 SNS 활동을 계획해도 좋다"고 말했다.
휴가를 떠나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보니, 김 대표는 한때 대상포진으로 고생도 했다.
처음엔 하루 4~5시간씩 사진 찍고 글을 쓰는데 투자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앗이 정신이다. "혼자서는 절대로 클 수가 없다. 영향력을 키우려면 반드시 동종업계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김 대표는 멀리보고 천천히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서들끼리 서로 글을 올리면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줘야 한다. 다른 인플루언서의 오프라인 행사 등이 있으면 부지런히 얼굴도 내밀어야 한다.
'러베초이스'란 이름으로 자신의 인스타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고를 때도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다. 러베초이스는 '러블리 베이비의 선택'이란 뜻을 담고 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제품을 직접 써본 뒤 판매를 한다. 팔로워들의 고민에 보다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기 위해, 화장품 전문가 자격증 1급도 땄다.
제품 선정 기준은 가성비다. "세상에 비싸고 좋은 제품은 얼마든지 있다"는 김 대표는 "제가 권하는 제품에 관심을 가지려면 다른 유통채널에선 만날 수 없는 특징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그간 이름이 알려지면서 유혹도 많았지만, 이러한 원칙을 고수해온 덕에 '러블리베이비가 소개하는 제품들은 가격도 괜찮고 품질은 더 좋다'는 신뢰를 얻는데 성공하면서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소위 인플루언서들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볼 법한 소위 '허세 마케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명품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두르는 등 재력 인증샷으로 시선몰이를 하는 방식에 대해 김 대표는 "저도 한때 뭔가 과시하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고, 그런 콘텐츠로 화제도 불러일으켜봤다. 순간 팔로워를 늘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내 흑역사가 된다"며 "팔로워 수는 엄청난데, 제품 판매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스타 공간을 활용한 셀러로 영향력을 키우고 싶다면 팔로워와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엔 진심 담긴 소통이 인플루언서로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인 셈. '러블리 베이비님의 진정성 있는 사업 방향이 느껴져서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팬이 됐다'(helli**)는 팔로워의 고백이 김 대표의 걸어온 길과 또 걸어갈 길을 제일 잘 보여주는 말인 듯 하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팔로워가 묻고 인플루언서가 답했다.
-일할 때 신념, 이건 반드시 지킨다는 게 있나요?(susie**)
▶'순간의 이득을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자'입니다.
-최신 트렌드를 쫓아가나요, 아니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좋아하나요?(Pink)
▶유행에 민감한 직업이다 보니 요즘 뜨는 아이템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실생활에서도 그렇고, 저렴한 옷이나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매치해서 입는 법을 선호한다. 팔로워들도 이런 팁을 담은 저만의 스타일링 노하우에 큰 관심을 보여주세요.
-SNS는 하다보면 정말 많은 부분 자신에 대해 오픈해야 하잖아요. 블특정 다수가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siy**)
▶SNS의 득과 실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이 일은 누가 시킨 게 아니고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그런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좋은 것만 들을테야'라는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일정 부분 사생활 노출은 피할 수 없고 평소 최대한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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