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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정원, 소생, 시니어.'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수십 년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책임졌던 곳이 에버랜드다. 신나는 어트렉션과 라이거, 푸바오 등 대표 동물로 아직도 에버랜드는 아이들의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버랜드는 어른, 특히 시니어 세대가 즐기기 좋은 장소다. 또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자연농원이라는 첫 이름답게 식물을 앞세운 콘텐츠 경쟁력을 꾸준히 확대 중이다. 매년 튤립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꽃 축제를 진행했다. 일종의 정원관광이다. 정원관광은 최근 시니어관광의 대표 명사로 떠오른 동시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 아이템이 됐다. 특히 중요한 건 에버랜드가 오래전부터 앞으로 여행업의 중심이 될 녹색관광과 시니어관광 관련 경쟁력을 키워왔고 최근 이를 대중에게 공개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가든 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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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없었던 볼거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볼 수가 없었다. 그동안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에버랜드의 숨은 공간이었다. 일부는 소수 특별한 사람들만 즐기던 일반인에게는 금단의 장소였다. 그런 금단의 장소가 열렸다. 그것도 구독 서비스로 말이다.
에버랜드의 가든 패스는 식물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일종의 관광상품이다. 상품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가든 패스를 선보이기에 앞서 지난해 봄 에버랜드 이용 없이 매화 테마정원인 하늘정원길만 체험하는 상품을 선보였고, 지난해 가을에는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인 에버랜드 은행나무숲을 일반에 시범 공개했다. 결과는 대성공. 하늘정원길은 상품 출시 보름 만에 1만명이 방문해 이용객 90%가 만족도를 표했고, 은행나무숲을 볼 수 있는 방문객 선착순 모집은 2분 만에 모든 회차가 매진된 바 있다.
에버랜드의 가든 패스는 매화가 있는 하늘정원길, 장미가 있는 장미원, 은행나무 군락지인 은행나무숲, 튤립정원 포시즌스가든, 호암미술관의 희원 등 에버랜드 내 정원을 가장 좋은 시기 이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식물 특화 체험 프로그램과 '꽃바람 이박사'로 알려진 이준규 식물콘텐츠그룹장(조경학 박사)의 도슨트 투어 등 차별화 서비스도 도입했다. 구독 방법은 다양하다. 방문 횟수에 따라 레귤러, 레귤러 플러스, 프리미엄 등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일부는 구독 이용자 수 제한을 두는 등 차별화 형태를 꾀한다. 대중적이지 않아 더욱 특별한 기분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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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의 힘을 가진 게 튤립이다. 힘들고, 어렵고,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꽃이 피지 않은 튤립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의 매시지를 전달한다. 시니어라면 활기를, 성인에게는 실패에 대한 극복을, 아이에게는 삶의 기쁨 등 저마다 의미 있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활짝 핀 매화를 둘러보고 나니 다른 정원을 둘러봐야겠다는 기대감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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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옮긴 곳은 계절에 맞춰 한창인 에버랜드 내 포시즌스가든이다. 가든 패스에 포함된 곳이지만, 에버랜드의 메인 광장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튤립축제가 펼쳐지는 포시즌스가든에서는 튤립·수선화·무스카리 등 100여 종 약 120만 송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지난해에 이어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을 통해 쿠로미, 시나모롤, 마이멜로디를 비롯해 한교동, 캐로캐로케로피 등 쉽게 만나지 못했던 캐릭터도 함께 둥지를 틀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포시즌스가든을 뛰어놀고, 젊은이들은 사진 인증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니어들은 꽃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며 함께 흐뭇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다양한 볼거리로 채워진 포시즌스가든은 에버랜드를 특별한 날 찾는 곳이 아닌 일상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종종 방문하는 곳으로 만드는 힘을 가졌다. 다만 주변에 앉아 쉴 공간이 부족하고, 꽃에 대한 설명 등이 다소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꼽히지만 성장 잠재력과 새로운 매력물로서 장점은 이를 만회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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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