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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그라운드엔 '타임아웃'이 없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은 새해 첫 주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 3일부터 3주 가량 태평양의 괌에 둥지를 틀고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지난해 6월 부임해 클래식 우승을 일군 황선홍 감독은 올해를 진짜 승부로 꼽고 있다. 전북이 지난해 밟은 '아시아 정상'을 노리고 있다. 황 감독은 '진군가'를 불렀다. "일단 전진이다.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꿈은 커야 한다. ACL 정상을 향해 달려가겠다."
ACL을 제패한 전북의 2017년 목표는 '명예회복'이다. 심판 매수 의혹으로 울고, ACL 우승으로 가까스로 웃었다. 클래식 제패를 전면에 내걸고 '약속의 땅'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떠난다. '절대 1강'으로 불리는 막강 전력은 올해도 유효하다. 지난해 흘린 눈물을 환희로 바꾸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다.
▶베일 벗는 강원과 ACL
한때 'K리그의 병자'로 불렸던 강원은 2017년 가장 주목 받는 팀이다. '3년 간의 챌린지 수행'을 마치자마자 '폭풍영입'으로 환골탈태 했다. 클래식 득점왕이자 최우수선수(MVP)인 정조국과 A대표팀 공격수를 품에 안은 것도 모자라 오범석 이범영 문창진 쯔엉 황진성 등 알짜배기들을 쓸어 모았다. 일찌감치 'ACL 출전'을 목표로 내걸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나도 올해 강원이 어디까지 갈 지 궁금하다"고 웃으며 "이제 내 몫이다. 올해는 강원 뿐만 아니라 내게도 도전의 해"라고 결의를 다졌다. 강원은 울산-일본으로 이어지는 동계 훈련 일정을 통해 서말의 구슬 꿰기에 나선다.
강원만 '아시아 진출'의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재정축소 속에 가시밭길을 걸은 포항은 '그룹A 진출과 ACL 출전'이란 목표를 안고 태국에서 '겨울나기'를 시작한다. 시즌 막판 지휘봉을 잡은 최순호 감독이 맞닥뜨린 현실적 여건이 만만치 않다.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전력은 더욱 약해졌다. 그러나 '포기'라는 단어는 4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팀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최 감독은 "현실적으론 그룹A행이 우선이다. 그 뒤엔 ACL 진출을 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새 시즌 일정을 시작했다. 2월 7일로 예정된 ACL 예선 플레이오프에 사활을 걸었다. 안방인 제주도에서 체력을 다진 제주는 곧 태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전술 담금질에 돌입한다. 클래식과 ACL을 병행하는 강행군이지만 '2년 연속 ACL 진출'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전남, 상주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룹A 재진입에 도전한다.
▶생존에 목숨 건 그들
그림자는 빛과 공존한다. '강등'이라는 생태계 속엔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둔 팀도 있다.
'클래식 3년차'에 접어든 광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강원으로 떠난 '에이스' 정조국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우여곡절 끝에 남기일 감독이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잡았지만 미드필더 이찬동이 이적하는 등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전체적으로 약화된 전력을 어떻게 메꿔갈 지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12팀 중 가장 먼 포르투갈에서 보낼 한달여의 시간이 해법찾기의 '승부처'다.
인천의 2017년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지난해 클래식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잔류를 확정 지은 이기형 감독이 새 시즌 팀을 지휘한다. 그러나 주력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졌다. 막판 대역전극을 지휘한 이 감독은 태국(부리람), 일본(오사카)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구상한다.
4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한 대구에게 2017년은 '내실'의 해다.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는 "죽는 척 하면서 해 봐야지(웃음)"라며 "올해 목표는 일단 잔류다. 다만 3년 안에 클래식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단단한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