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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기적의 아이콘' 박상영 "2017년에도 '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1-01 20:14



"지금도 힘들때마다 '할 수 있다'고 외쳐요. 2017년에도 그렇겠죠?"

그 어느때 보다 힘들었던 2016년, 박상영(22)의 외침은 모두에게 큰 울림을 던졌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전. 10-14, 단 한점만 내주면 끝이었던 상황. 박상영은 조용히 "할 수 있다"를 읊조렸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주문이자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다. 그리고 그 다짐 속에 '47초의 기적'이 일어났다. 5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드라마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은 격한 환호 속에 대한민국의 희망과 기적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할 수 있다'는 박상영의 일상을 바꿨다. 그 스스로도 "처음 펜싱을 시작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꿈꿨다. 그 때 상상했던 것보다 더 꿈같은 순간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방송도 나가고, 시구도 했고, CF도 찍었다. 밖에 나가면 사인과 사진 요청을 받는다. 그때마다 항상 들리는 말은 '할 수 있다'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도 뒤에서 누군가 '할 수 있다'고 외친다. 박상영은 "이렇게까지 유행어가 될지 몰랐다. 아마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할 수 있다'를 외치지 않았을까. 지금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혹시나 실수를 할까봐 긴장돼서 '할 수 있다'를 외쳤다"고 웃었다.

리우에서 만난 박상영은 재밌는 청년이었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기자들을 웃기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달라졌다. 인생에서 가장 들떠 있을 그 시간, 그는 오히려 '진중해졌다.' 이유를 물었다. "길거리를 나서는데 모두가 알아봐주시더라. 우쭐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한 어른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지금 더 잘해야 한다.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섰는지 네가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런만큼 처음,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머리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안정이 되더라. 조금씩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리우의 환상에서 깨어난 박상영은 다시 펜싱에 집중했다. 박상영은 1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가 펜싱을 시작하며 목표로 삼은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랭킹 1위, 두마리 토끼를 2016년에 모두 잡았다. 박상영은 겸손해했다. 그는 "아직까지 내 실력이 올림픽 금메달, 세계 1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기적이 나에게 찾아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한마디를 보탰다. "그래서 펜싱이 재밌다. 꼴찌한테도 질수 있다. 방심할 수가 없다. 피스트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은 예 아닌가."

박상영은 올림픽 이후 '희망의 아이콘', '청춘의 아이콘', '기적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이런 수식어가 부담스러운 듯 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극복하고 싶어 했다. 박상영은 "나도 아직 이겨내는 과정이다. 결과는 은퇴해봐야 아는 것인데, 워낙 올해 성과가 두드러져서 그런지 내가 모든 것을 극복해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내 인생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며 "막연히 부담을 갖기 보다는 과정 속에서 현재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한순간 한순간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는 눈이 늘어나는 것만큼 그의 선행도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전달한 사실이 우연히 알려지기도 했다. 박상영은 "부모님께서 '빛이 나면 그늘이 지는 법'이라며 주변인들을 챙기라는 조언을 자주해주신다. 그 말씀을 새기고 있다"고 했다.

박상영은 최근 취미가 생겼다. '사진찍기'다. 그는 "외국 나갈 기회가 많은데 생각해보니까 은퇴하면 남는게 없더라. 많은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박상영의 사진첩에 늘어나는 사진만큼 그 역시 한뼘 더 자라 있을 것이다. 그의 2017년 소원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다. '그랜드슬래머'는 놓칠 수 없는 타이틀이다.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성장'이다. "결과 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했으면 좋겠다. 선수로나, 사람으로나. 내년에도 예측할 수 없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힘이 될만한 경험들을 쌓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발 한발 더 나가고 싶다." 2017년에도 힘든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박상영은 바로 이 말과 함께 극복할 것이다. "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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