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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힘들때마다 '할 수 있다'고 외쳐요. 2017년에도 그렇겠죠?"
리우에서 만난 박상영은 재밌는 청년이었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기자들을 웃기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달라졌다. 인생에서 가장 들떠 있을 그 시간, 그는 오히려 '진중해졌다.' 이유를 물었다. "길거리를 나서는데 모두가 알아봐주시더라. 우쭐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한 어른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지금 더 잘해야 한다.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섰는지 네가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런만큼 처음,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머리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안정이 되더라. 조금씩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리우의 환상에서 깨어난 박상영은 다시 펜싱에 집중했다. 박상영은 11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가 펜싱을 시작하며 목표로 삼은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랭킹 1위, 두마리 토끼를 2016년에 모두 잡았다. 박상영은 겸손해했다. 그는 "아직까지 내 실력이 올림픽 금메달, 세계 1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우연히 기적이 나에게 찾아왔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한마디를 보탰다. "그래서 펜싱이 재밌다. 꼴찌한테도 질수 있다. 방심할 수가 없다. 피스트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은 예 아닌가."
박상영은 최근 취미가 생겼다. '사진찍기'다. 그는 "외국 나갈 기회가 많은데 생각해보니까 은퇴하면 남는게 없더라. 많은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박상영의 사진첩에 늘어나는 사진만큼 그 역시 한뼘 더 자라 있을 것이다. 그의 2017년 소원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다. '그랜드슬래머'는 놓칠 수 없는 타이틀이다.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성장'이다. "결과 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했으면 좋겠다. 선수로나, 사람으로나. 내년에도 예측할 수 없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힘이 될만한 경험들을 쌓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발 한발 더 나가고 싶다." 2017년에도 힘든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박상영은 바로 이 말과 함께 극복할 것이다. "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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