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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 씨름, 유네스코 공동 등재...극적이었던 반전 드라마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11-27 05:20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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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유의 스포츠, 씨름이 겹경사를 맞았다.

유네스코는 26일(한국시각) 아프리카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에서 제13차 무형유산위원회를 열고 긴급안건으로 상정된 씨름의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 신청건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공동 등재된 씨름의 공식명칭은 '씨름, 코리아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문화 유산으로 주목받게 된 씨름은 대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씨름은 한때 전 국민적 인기를 누렸지만, 국제금융기구(IMF) 여파 속에 관심을 잃으며 오랫 동안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유네스코 등재로 씨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대한씨름협회가 기울이고 있는 대중화 노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남북 씨름이 공동 등재됐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남북이 개별적으로 문화 유산을 등재한 적은 있었지만, 공동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은 씨름이 처음이다. 분단과 함께 갈라졌던 우리 민족의 고유 스포츠가 세계적 문화 유산으로 다시 태어났다.

등재 과정도 극적이었다. '대한민국의 씨름'(Ssireum, traditional wrestling in the 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Ssirum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은 각기 다른 시기에 등재를 신청했다.

게다가 북한은 2016년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등재에 한 차례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무형유산이 아니라 남성 중심 스포츠 관점으로 신청서가 서술됐고, 국제적으로 기여할 부분과 관련 공동체 보호 조치에 대한 설명도 결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전의 서막은 남북 평화 무드와 함께 찾아왔다. 외교부의 설명에 따르면 공동 등재 아이디어는 지난 4월 첫 걸음을 내디뎠다. 우리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제안하고 북측이 이에 호응하면서 성사됐다. 유네스코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드레 아줄레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를 추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역제안 했다. 또한 총장의 특사가 지난 15∼17일 방북해 북한을 설득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결실은 아름다웠다. 남북씨름의 유네스코 문화 유산 공동 등재는 향후 '평화 메신저'로 기능할 전망이다. 협회는 이르면 다음 달이나 내년 1월 서울 혹은 북한 평양에서 남북 친선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북한은 여자팀이 없는 만큼 지도자 파견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씨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날, 2018년 천하장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박정석(구미시청)이다. 박정석은 26일 경북 안동체육관에서 펼쳐진 2018년 IBK기업은행 천하장사씨름대축제 마지막날 열린 천하장사 결정전(5전3승제)에서 정경진(울산동구청)을 3대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3전4기' 끝에 거둔 소중한 장사 타이틀이다. 박정석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백두장사 결정전에만 3차례 올랐지만, 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네 번째 도전 끝에 천하장사에 오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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