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급반전이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근심이 가득했다. "현지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스널은 2군 경기에는 유망주를 출전시킨다던데…." 박주영(27·아스널)은 용병이지 유망주는 아니다. 21일(이하 한국시각) 2군으로 밀려났다는 소식에 걱정했고, 암담했다. 대체 자원까지 구상하며 다각도로 주판알을 튕겼다. 기량은 차치하고 자신감마저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걱정을 덜었다. 박주영이 22일 리저브(2군) 경기에 출격했다. 런던 캐로우 로드의 팀 훈련장이었다. 상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위(아스널·4위)에 포진한 노리치시티의 2군, 활로를 뚫었다. 지난달 5일 선덜랜드와의 2군 경기에 이어 약 50일 만에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골망을 출렁였다. 1골-1도움을 기록했다. 1군 경기는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26일 볼턴과의 16강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신고한 후 4개월 만에 날아온 골소식이다.
최 감독도 안도하고 있는 눈치다. 그는 내심 1군이 됐든, 2군이 됐든 경기 출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풀타임 출전에 이어 골까지 터트려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최강희호의 궤도 수정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감독은 예측 가능한 용병술을 펼치는 지도자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깜짝 카드는 없다. 10여일 전 그는 박주영을 발탁한 직후 "뺄 수도 있다는 표현은 안했다. 전체적으로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서 선수를 발표한다 했다. 박주영은 회의를 통해서 팀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 뿐아니라 코치들의 생각도 그랬다"며 "페인트(feint·스포츠에서 속임동작)였다"며 웃었다.
박주영-이동국(33·전북), '투톱 구도'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전(29일 오후 9시·서울)의 '박주영 선발 전선'에도 이상이 없다. 아스널에서 입지야 어떻든 그는 A대표팀에서는 검증된 간판 공격수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레바논과의 5차전(1대2 패)을 제외하고 3차예선 전 경기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4경기에 선발 출격, 6골을 터트렸다. 3승1무로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는 29일이다. 규정상 48시간 전 소집이 가능하다. 조기소집 요청은 없던 일이 됐다. 아스널은 26일 오후 10시30분 토트넘과 홈경기를 치른다. 박주영은 빨라야 27일 귀국할 수 있다. 박주영은 90분 출전으로 숨통이 트였다.
이동국과의 호흡도 걱정이 없다. A매치 57경기에 출전한 박주영은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컨디션 조절의 노하우도 갖고 있다. 최 감독은 최근 "유럽파 나름대로 몸관리를 하는 방법을 갖고 있더라"고 귀띔했다.
최강희호는 22일 전남 영암에서 담금질을 계속했다. 쿠웨이트전에 앞서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25일 오후 2시·전주)이 목전이다. 박주영의 골소식을 들은 최 감독의 답변은 원론적이었다. 그는 "박주영이 2군 경기에서 맹활약했다니 고무적이다. 우즈벡전이 끝난 후 박주영과 기성용의 활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영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급반전은 가뭄의 단비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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