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을 아꼈다. 홍명보호에서 줄곧 주전을 지켜왔던 선수들도 향후 각오를 묻는 질문엔 "런던에 갈지 안갈지 모르지만"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14일 카타르와의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무승부로 마치고 믹스트존에 들어선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주전경쟁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입을 닫았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는 꿈 하나는 똑같았다.
최종예선 내내 수비라인을 지켰던 오재석(강원)과 주장 홍정호(제주)는 이날 모처럼 벤치를 지켰다. 오재석 대신 정동호가 풀타임을 뛰었다. 오재석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니 기분이 다르더라"며 웃었다.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준비기간이 이틀이었던 것에 비해서 경기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주전경쟁에 대해 서로를 의식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분위기는 늘 좋다"며 즉답을 비껴갔다.
또 한명의 터줏대감, 왼쪽 풀백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윤석영(전남)은 "(런던에) 갈지 못갈지 모르지만 부상 당하지 않고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팀에선 8월까지 올림픽에만 전념하라고 하지만 내겐 소속팀이 중요하다. K-리그 열심히 하다보면 런던에서도 기회가 올 것"이라며 결의를 내비쳤다. 이날 새로운 포백라인의 호흡과 경기 내용에 대해선 "정동호, 김기희 선수 등 처음으로 포백라인에서 함께 서봐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였는지 잘 맞았다. 조2위를 노리는 카타르의 터프한 경기운영 탓에 부상 우려가 많은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되돌아봤다.
미드필드에서 공수 조율을 맡은 윤빛가람(성남)은 "오늘 경기 결과만 놓고 본다면 만족할 수 없다"고 골을 넣지 못한 것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훈련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할 수 없었다" "선수들이 상대를 압박하는 힘은 좋았다. 내용면에서는 모두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엔트리 발탁과 관련해 "올림픽에 나설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도 "올림픽 무대를 밟고 경기를 나설 수 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 같다. 런던올림픽을 위해 남은 기간동안 더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모두들 말을 아꼈다. 하지만 다함께 '좁은문'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도,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도 알고 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다고 했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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