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자꾸 피하게 되네요.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아요. 잠도 잘 안오고…."
유상철 대전 감독(41)이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4연패에 빠졌다. 4경기에서 8골을 내줬고, 단 1골만을 넣었다. 벌써부터 유력한 강등 후보로 대전을 꼽기 시작했다. K-리그 밥을 먹을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초보 감독'에게는 힘든 하루하루다.
유 감독은 "하나가 좋아지면 하나가 나빠진다. 매 경기 고민이 많다보니 머리도 빠지고 살도 빠진다. 내가 시즌 전 구상한대로 한 경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 악재가 잔뜩 꼈다. 당장 1일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베스트11을 짜기 어려울 정도다. 주장이자 팀내 핵심 수비수 이 호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고, '공격의 핵' 케빈은 인천전에서 입은 허리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공수에 걸쳐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주던 이웅희 허범산도 발목을 다쳤다. 주전 4명이 한꺼번에 빠졌다.
선수단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올림픽대표 출신 수비수 황도연은 2월 초 팔꿈치 부상 후 아직까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용병 바바와 레오 역시 정상컨디션이 아니다. 유 감독이 직접 영입한 김형범 정경호 남궁도 역시 아직 100%가 아니다. 새롭게 영입한 용병 알렉산드로는 시차 부적응을 호소 중이다. 유 감독은 하루에도 몇번씩 엔트리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만족스럽지 않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갖고 있는 자원을 총출동시켜 승리를 노릴 법하다. 한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수 있는 '초보 감독'이라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유 감독은 멀리 내다보기로 했다. 몸상태가 100%가 아닌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처럼 한 경기로 승부를 보는 경기라면 무리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출전시키면 팀이나 개인 모두에게 독이 된다. 시즌은 아직도 40경기나 남아 있다"고 했다.
유 감독이 꺼낸 카드는 정신력과 수비다. 유 감독은 제주전을 앞둔 훈련 도중 모처럼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정신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게 불만스러웠다. 선수들에게 이를 악물어야 전력이 좋은 팀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술적으로는 제주의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고려해 수비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유 감독은 "지난해보다 제주의 전력이 좋아졌다. 지난해 패스가 밑에서 이루어지는 느낌이 많았는데 전방까지 짜임새 있게 잘 연결된다. 공격쪽에 위협적인 선수도 많다"고 경계했다. 수비적인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해 경기에 임할 생각이다. 후반에 발빠른 정경호 황명규 등을 활용해 승부를 볼 계획이다.
유 감독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겠다"고 했다. 과연 독기 품은 잇몸이 제주전에서 첫 승을 올릴 수 있을까. 제주전은 1일 오후 5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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