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포항 감독(44)은 '상생'을 말했다.
1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절친한 후배 유상철 대전 감독(41)과 마주한 황 감독은 "상생하고 싶은데 힘든 상황이다"고 했다.
둘은 건국대 3년 선후배 사이다. 대학시절 한 방을 썼다. A대표팀에서도 같은 방에서 생활했다. 2001년과 2002년 일본 J-리그 가시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폴란드전에서 나란히 골을 기록했다. 2대0 승리였다. 4강 신화의 시발점이었다.
단순한 동료 선수 이상이었다. 인생의 동반자였다. 은퇴 후에도 우정을 이어갔다. 지도자가 된 뒤 우정은 더욱 견고해졌다.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대전은 6연패했다. 힘들어하던 유 감독에게 힘을 불어넣어준 이는 황 감독이었다. 황 감독도 부산 시절 연패로 어려웠다. 그 때의 경험을 나누며 용기를 심어주었다. 황 감독의 응원에 힘입어 대전은 상주를 2대1로 잡았다.
절친했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엄하다. 사상 첫 지도자 맞대결을 앞두고 우정을 잠시 내려놓았다. 통화도 하지 않았다. 승점 3점 획득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황 감독은 지쿠와 김진용 투톱에 김태수 이명주 허리 라인으로 유 감독의 허를 찔렀다. 유 감독은 "지쿠가 선발로 나올 줄은 몰랐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황 감독의 변칙은 적중했다. 포항이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대전의 수비는 견고했다. 여기에 올 시즌 유난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골결정력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유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리가 한 수 아래다. 그래도 지려고 오지는 않는다. 승점 1이라도 거두어 가겠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황 감독과 유 감독은 승점 1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경기 전 황 감독이 말한 '상생'이 이루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경기 후 황 감독의 표정은 씁쓸하기만 했다. 최근 3경기 무승(1무2패)의 부진에 빠졌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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