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철인'이라 불러도 되겠다.
'철퇴축구' 울산 현대의 중앙 수비수 곽태휘(31)는 올시즌 1530분을 소화했다. 대단한 수치다.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합쳐 18경기 중 17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결장은 지난달 25일 서울전(2대2 무)에서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한 것이 유일하다. 지난시즌에는 47경기 중 무려 41경기에서 90분을 뛰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해 2009년 일본 J-리그 교토상가로 이적하기 전까지 가장 많은 풀타임 경기를 소화했다. 매 경기 90분을 소화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수반돼야 한다. 체력이 좋아야하고 부상이 없어야 한다. 경고 관리도 필수다.
곽태휘가 강철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안정감이다. 가족에게서 힘을 얻는다. 2006년 4년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살 연상의 강수연씨와 아들(시훈), 딸(리원)은 곽태휘의 보물 1호다. 그라운드 안에선 무서운 호랑이지만, 밖에선 '패밀리맨'이다. 훈련이 끝나면 곧장 귀가해 될 수 있으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지난 5일에는 어린이날을 위해 장난감을 한달간 조립해 선물하는 정성을 보였다. 결혼 7년차지만 아내 강씨를 볼때마다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는 곽태휘다.
둘째, 책임감이다. 곽태휘는 지난해 울산으로 둥지를 틀면서 주장 완장을 찼다. 최고참이기도 했지만, 수비수가 주장을 해야 한다는 김호곤 울산 감독의 의지가 받아들여졌다. 곽태휘는 다소 딱딱했던 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선수 생일파티를 직접 준비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지만 주장으로 먼저 나서서 팀을 변화시킨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곽태휘표 카리스마'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도 매끄럽다. 합리적인 사고와 활발한 소통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곽태휘가 축구관계자와 선수들에게 박수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실명(시력장애)에 가까운 눈을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자세다. 대구공고 2학년 시절 훈련 도중 망막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왼쪽 눈이 실명됐다. 그러나 그는 한 쪽 눈만으로 축구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1년 뒤 다시 축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시력 상태는 앞이 뿌옇게 보일 뿐이다. 사물의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매달 구단 지정 안과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곽태휘는 '철퇴축구'의 중심이다. 울산은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가 쓰러지면 지금까지 쌓은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곽태휘가 쓰러질 수 없는 이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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