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수원팬들에게는 유감이라는 말을 전한다.
7월 첫째날의 포항스틸야드. 수원팬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날이 될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1만 6866명의 관중은 물론이고 TV로 보고 있던 축구팬들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9라운드에서 포항과 수원이 맞붙었다. 경기 전부터 이야기가 흘러넘쳤다. 전통 명문과 신흥 명문의 맞대결이었다. 역사적으로도 관심거리였다. 서로 우승의 길목에서 많이 맞붙었다. 2004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에서 이운재가 김병지의 승부차기를 막아낸 뒤 우승컵을 향해 달리던 모습이 선하다. 2007년에는 당시 5위였던 포항이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를 치고 올라왔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수원. 수원의 홈에서 포항은 박원재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승리한 뒤 성남과 만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항의 아이들간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수원에는 포항의 아이들이 많다. 골키퍼 정성룡과 오범석은 포항 유스 출신이다. 포항에서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 스테보는 200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다. 포항은 선발 11명 가운데 4명이 포항 유스 출신이었다. 어느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징크스들도 맞물렸다. 수원은 포항 스틸야드에만 오면 흔들렸다. 2004년 12월 8일 이후 10경기에서 5무5패로 승리가 없다. 반면 포항은 최근 수원과의 2경기에서 연패했다. 포항은 스플릿이 나뉘는 8위권에서, 수원은 선두권 경쟁이 치열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경기 전 이야기가 풍성했던만큼 경기도 재미있었다. 포항의 일방적인 5대0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내용은 수준이 높았다. 특히 포항의 제로톱이 인상적이었다. 흡사 바르셀로나나 스페인을 보는 듯 했다. 포항의 패스는 물흐르는 듯했다. 팀의 핵심 황진성은 물론이고, 신진호와 이명주 김대호 등 새로운 스타들도 탄생했다. 포항팬들은 기쁨을 만끽했다.
파도타기가 몇 바퀴나 돌았다. 수원팬들을 제외한 전 관중이 함께 포항을 연호했다. 경기 막판에는 포항 시민들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영일만 친구'가 울려퍼졌다. 영일만 친구가 울려퍼진 것은 6월 서울과의 홈경기(1대0 승리)에 이어 두번째다.
수원팬들도 의연했다. 대패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끝까지 선수들과 팀을 연호했다.
이제 유로 2012도 막을 내린다. 물론 유럽리그가 시작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유럽축구를 보기 위해 TV리모콘을 손에 쥘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자. 전국 14개 경기장에서는 유럽축구와 견주어도 손색없이 재미있는 K-리그가 펼쳐진다. 포항과 수원의 경기는 K-리그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K-리그, 아직 팀당 15경기나 남아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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