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세월 동안 얻은 것은 늘어난 뱃살과 잔뜩 굵어진 허벅지였다. 그러나 마음만은 10년 전처럼 홀쭉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들에게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장대비 속에 천근만근 무거워진 다리와 헐떡거리는 숨도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웃음과 열정으로 그라운드를 수놓은 이들의 모습은 후배들의 기량 못지 않았다.
폴란드전 승리의 주인공 황선홍(포항 스틸러스 감독), 유상철(대전 시티즌 감독)은 '몸 개그'를 연발했다. 무상한 세월을 실감했다. 다리를 뻗어봐도 볼은 잡히지 않았다. 잔뜩 미끄러워진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그래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관중들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한 여름밤의 축제'에서 두 감독은 톡톡히 감초 역할을 했다.
'캡틴' 홍명보(올림픽대표팀 감독)가 돋보였다.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패스 줄기를 끊고 크로스를 걷어내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40줄을 넘긴 나이에 팔팔한 후배들을 이기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다. '팀 2002'는 K-리그 올스타 '팀 2012'에 초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세월이 야속했다. 선배들은 '막내' 박지성(맨유)의 발을 쳐다보며 한숨만 쉬었다.
벤치에서 눈을 빛내던 '독수리' 최용수(FC서울 감독)가 나섰다. 경기 하루 전 "뭔가 보여주겠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그였다. 운동장 두 바퀴를 뛰면서 숨을 헐떡 거리던 모습은 철저히 숨겼다. 제대로 튀어 볼 생각을 했다. 그가 준비한 야심작은 '발로텔리+똥배 세리머니'. 유로2012 독일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마리오 발로텔리(이탈리아)가 상의를 벗어던지고 포즈를 취한 장면에서 착안했다. 전반 25분 득점에 성공한 뒤 당당하게 벗어던졌다. 식스팩 근육 대신 드러난 똥빼에 관중석은 뒤집어 졌다. 최용수의 재기발랄한 활약은 쭉 이어졌다. 자신의 거친 플레이에 항의하는 '팀 2012' 사령탑 신태용 감독(성남 일화)에게는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댔다. 전반 30분에는 칼날과 같은 패스로 박지성의 득점에 기여하면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한-일월드컵 당시 조연에 그쳤지만, 이날 만큼은 '특급주연'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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