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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천재' 소리듣던 페데러, 인간인가? 기계인가?

by 김진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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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이었다. 기자가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한 외국교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던 것이 문뜩 생각났다. "로저 페데러보다 안드레 아가시의 팬들이 훨씬 많은 이유를 알고 있어? 아가시는 역동적인 세리머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페데러는 기계같아." 당시 페데러는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천하무적이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237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지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마치 기계같았다. 점수를 따도, 우승을 해도, 때로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포커페이스의 일인자였다. 반면 아가시는 당시 노장이었다.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도 아가시의 팬 서비스는 슈퍼스타급이었다. 경기마다 화려한 세리머니로 팬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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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때 처음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던 페데러는 12세 전까지 축구도 함께 배웠다. '축구천재' 소리도 들었다. 프로선수가 되는 것을 고려할 정도였다. 그는 아직까지도 고향 팀 FC바젤의 열렬한 팬이다. 또 크리켓 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택한 것은 테니스였다. 역시 천부적인 재능은 숨길 수 없었다. 14세 때 스위스 주니어챔피언이 됐다. 이후 그의 주니어 인생에서 내리막은 없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1998년 프로 데뷔전에서 0대2로 패했다. 같은 해 두 개 대회에 더 참가했지만, 경기 수준은 아직 주니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0년까지 숱한 대회에 출전했지만 어둠이었다. 우승 소식은 요원했다.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1년 2월, 밀라노 인도어대회였다.

페데러의 전성시대는 2004년부터 찾아왔다. 4개의 그랜드 슬램 중 프랑스오픈을 제외하고 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해 총 전적은 74승6패였다. 3개의 그랜드 슬램와 3개의 남자테니스협회(ATP) 마스터스 시리즈를 포함해 총 11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경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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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도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해 3개 그랜드 슬램 석권을 달성했다. 그러나 프랑스오픈 때마다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다. 프랑스 클레이코트를 정복한 것은 2009년이었다. 드디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하게 됐다.

하지만 2010년 호주오픈 우승을 마지막으로 페데러는 내리막에 접어든 모습이 역력했다. 나달(스페인)과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경쟁자들에게 밀리면서 예전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만 30세를 넘기고부터는 사실상 퇴물이 되는 듯했다. 30대에 접어든 뒤 내리막 길을 걸은 존 매켄로, 비욘 보리, 이반 렌들, 보리스 베커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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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페데러의 또 다른 이름은 '윔블던의 제왕'이다. 영국과 코드가 딱 들어 맞았다. 2003년부터 5년 연속 윔블던을 제패했다. 2008년에는 아쉽게 준우승을 거둔 뒤 2009년 또 다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페데러는 3년 만에 또 다시 윔블던 정상을 탈환했다. 8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앤디 머레이(영국·4위)에 3대1(4-6 7-5 6-3 6-4)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두마리 토끼를 잡은 페데러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2010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세계 1위에 복귀하면서 개인 통산 1위를 지킨 기간이 286주로 샘프러스와 함께 최장 기간을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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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받아든 페더러는 "기분이 좋다. 마치 내 품에서 (트로피를) 떠나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여러 번 우승을 해봤지만 메이저 대회, 특히 윔블던은 아주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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