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때문에 취재를 왔나요?"
박지성(31·QPR)의 입단식을 위해 런던을 방문한 기자는 8일(이하 한국시각)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같은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주인공은 영국인 택시기사. 런던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런더너(런던 사람)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어느곳을 가도 지구촌 최대의 축제를 주제로 대화의 꽃을 피웠다. '런던 2012'가 적혀있는 깃발이 거리 곳곳에서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런던올림픽 개막을 보름여 앞둔 10일.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스타디움 '스트랫포드'를 찾았다. 화려했다. 그러나 밝은 빛 이면의 음지는 더 어두웠다. 미리가 본 런던올림픽 현장에서 느낀 '빛과 그림자'다.
화려한 외관의 방점, 런던올림픽의 랜드마크
지하철 센트럴 라인에 있는 스트랫포드역에서 내려서 도보로 10분이면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도달할 수 있다. 지하철역을 나서자마자 눈에 보인것은 5개로 이뤄진 다리(브릿지)다. 올림픽메인스타디움은 외딴 섬처럼 주변 세개 면이 모두 강으로 이뤄져 있다. 올림픽 홍보를 위한 벽지 부착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서편의 한 다리를 건넜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올림픽의 냄새를 간접적으로나마 맡을 수 있을 정도다. 벽지는 화려했다. 발걸음을 멈추게 할 유혹거리도 많았다. 올림픽 스폰서 매장이 도열한 대형 쇼핑몰부터 온갖 먹을거리까지. 발걸음을 수차례 멈춘 끝에 마스코트 '웬록'과 '맨드빌' 조형물이 활짝 웃고 있는 스타디움 입구에 도달했다. 콜로세움 모양을 본따 설계된 메인 스타디움. "경기장 바닥은 지상보다 낮은 지하를 이용해 자재비를 절감했고 8만석의 관중석 중 5만석이 분리가 가능해 올림픽 이후에도 효과적으로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스타디움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 수영 경기가 진행될 런던아쿠아틱 센터는 물의 역동성을 표현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확 끌었다. 올림픽파크의 화려한 뷰(Wiew)에서 런던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탑 '아르셀로미탈 오빗'을 빼놓을 순 없다. 소용돌이치듯 하늘로 뻗어 있는 붉은 탑의 높이는 115m로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한다. 301m의 에펠탑(프랑스 파리)에 이어 세계의 대표 조각상 중 두번째로 높은 조형물이다. 런던올림픽 경기 티켓을 소유한 관객들에게만 올림픽 기간동안 전망대가 공개된다. 외형은 화려한 준비를 마쳤다.
겉만 뻔지르하다
밝은 양지와 달리 음지는 어두웠다. 올림픽스타디움 주변은 휑했다. 도로 곳곳에서 흙먼지가 날렸다. 막바지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됐고 출입은 통제됐다. 메인스타디움을 비롯해 바로 옆, 런던 아쿠아틱센터와 워터 폴로 아레나(수구 경기장)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작업자들의 통제 하에 있었다. 공사관계자 및 전세계 각국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만이 출입이 허용됐다. 출입구는 경찰 대신 매서운 눈매로 관광객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군인들이 차지했다. 정보센터(인포메이션 센터) 하나 없는 메인 스타디움에서 길을 묻기 위해선 용기를 내 군인들에게 말을 걸어야 했다. 충실한 답변은 없었다. 길안내 팜플렛조차 없었다. 입구를 서성이다 현장 관계자에게 제지를 당하기 일쑤였다. 멀리서 메인 스타디움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은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스타디움을 벗어나 '박태환 역'으로 향했다. 런던지하철공사가 지난 4월 '올림픽을 기념해 지하철 주요 역에 전 세계 스포츠스타의 이름을 붙인다'고 발표한 뒤 3개월이 흘렀다. '박태환 역'인 데브덴 역은 그냥 '데브덴 역'이었다. 박태환의 사진, 이름,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데브덴 역 관계자는 "한국 언론사에서 몇번 찾아왔는데 똑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박태환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태환 역'은 그냥 상징적인 이름일 뿐"이라며 웃었다. 센트럴 라인 종점 근처라 지하철 이용객조차 뜸했다. 사람도 박태환도 없는 '박태환 역'의 현실이다. "런던에 가면 꼭 한번 박태환 역에 가보고 싶다"던 박태환이지만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밝은 빛에 가려진 응지일 뿐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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