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하위권은 하위권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포스트시즌이 사라진 올시즌 K-리그는 1~30라운드까지 16개팀이 홈앤드어웨이로 경기를 치른 후 1~8위 8개팀이 그룹A, 9~16위 8개팀이 그룹B에 포진하는 스플릿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운명이 정규리그 30경기를 통해 두 갈래로 나뉜다. 전북, 서울, 수원, 울산 등 우승권팀들이 치고 나가고 있는 가운데 그룹B에서 탈출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룹B의 두 팀은 2부리그로 강등된다. 강등권을 피하기 위한 한경기 한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운명의 갈림길에 있는 하위권팀 사이에 묘한 사이클이 존재한다. 연패를 거듭하다 어느새 폭풍같은 상승세를 탄다. '크레이지 모드'를 탄 팀은 단숨에 강등권에서 벗어난다. 대전이 스타트를 끊었다. 대전은 첫 10경기서 1승9패의 부진에 빠지며 가장 유력한 강등후보로 꼽혔다. 5월 5일 수원전이 반전의 계기였다.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둔 대전은 이 후 4승2무1패로 하위권을 뒤흔들었다. 최근 부진으로 최하위로 떨어졌지만, 한두차례 승리만 더하면 강등권을 탈출할 수 있는 승점을 확보했다. 대전에 이어 경남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던 경남은 5월 20일 성남전 2대0 승리 후 5승을 추가했다. 상승세의 결과물은 엄청났다. 경남은 강등권을 넘어 8강의 문턱인 9위까지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크레이지 모드'는 최근 인천이 잇고 있다. 12경기 연속 무승에 허덕였던 인천은 6월 23일 상주를 꺾은 뒤(1대0 승)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승2무로 탈꼴찌는 물론 12위까지 순위표를 끌어올렸다. 김봉길 감독은 대행 꼬리표도 뗐다. 고무된 구단은 브라질 출신 공격수 빠울로와 알바니아 국적의 소콜을 추가로 영입해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하위팀들의 '크레이지 모드'는 올시즌 리그 레이스의 가장 큰 변수로 자리잡았다. 이들의 상승세는 상위권팀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수원은 하위권팀 돌풍의 가장 큰 피해자다. 우승을 위해 반드시 승점을 쌓아야 하는 대전과 경남에 무릎을 꿇었다. 서울도 15일 인천에 2대3으로 무너지며 선두 전북과 승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포항, 울산, 부산 등도 한차례 이상 '크레이지 모드'의 희생양이 된 바 있다. 상위권팀들로서는 하위권팀들의 분위기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승점 3의 확실한 제물로 삼은 팀들에게 무너지는 것은 승점 관리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상승세를 타지 못한 하위권팀들도 '한경기만'을 외치며 반전의 계기를 준비 중이다. 매경기 전력투구가 이어진다.
스플릿시스템 도입이 만들어낸 K-리그의 재밌는 변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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