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런던에서 한국 체육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역사가 쓰여졌다. 그 해 8월 10일, 광복 이후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워 출전한 런던올림픽에서 김성집(93·현 대한체육회 고문) 옹이 역도 남자 76㎏급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인 동메달을 획득했다. 태극기가 런던 하늘에 휘날렸다. 그로부터 64년이 지난 2012년. '약속의 땅' 런던에 후배들이 다시 선다. 대선배의 땀과 혼이 서린 그곳에서 후배 역사(力士)들은 64년전의 영광을 재연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김성집 선생님께서 1948년에 역도에서 가장 먼저 메달을 획득해 우리가 느끼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의미가 있는 장소인 런던에서 우리 역도는 물론이고 모든 종목이 그 기운을 받아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
한국 역도의 간판 장미란(29·고양시청)과 사재혁(27·강원도청)이 느끼는 '런던'이다. 이곳에서 한국의 두 역사는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이상과 현실은 거리감은 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 장미란과 사재혁 모두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당시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세계 여자 역도의 중심에 있었던 장미란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골반과 허리, 왼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기록을 향상시키지 못했다. 훈련의 양과 질도 4년전만 못하다. 최근에는 어깨 부상 여파로 좌우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에 초점을 맞췄을 정도다. 반면 경쟁자들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 중국의 주룰루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28㎏(인상 146㎏, 용상 182㎏)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도 올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과 같은 무게를 들어올렸다. 외신들은 여자역도 최중량급(+75㎏)의 메달 경쟁에서 장미란을 동메달 후보로 분류했다. 그러나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백전노장이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당일 컨디션에 따라 2연패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막상 장미란은 이같은 전망을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마음 편히 '도전자'의 입장으로 26일 런던으로 출국했다. 그는 "중국, 러시아 선수들이 나이도 어리고 체격조건이나 기량이 나보다 좋아 배울것이 많다. 챔피언인 나도 도전자일 뿐이다. 도전자의 자세로 즐겁게 무대에 서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남자 77㎏급의 사재혁은 자신과의 싸움이 최대 관건이다. 런던에 입성하기 한 달 전부터 엉치뼈와 척추뼈 사이가 벌어지며 염증이 발생해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3주 동안 바벨을 내려놓아야 했던 그는 '속성'으로 마무리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하지만 5차례에 거친 대수술을 마치고도 오뚝이 처럼 다시 섰다. 부상에는 이골이 났다. 오히려 '투혼'이 그가 꺼내든 '히든 카드'다. 사재혁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욕을 입에 물고 훈련했다. 지금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도 비웠지만 여전히 시상대 제일 높이 올라가고 싶다"며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재혁은 자신의 최고기록(인상 165㎏ 용상 211㎏)을 뛰어넘는 라이벌 슈다진, 류샤오준 등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64년 전 대선배의 얼과 함께 부상을 뛰어넘는 괴력을 발휘한다면 역사(力士)의 새로운 역사(歷史)가 될 수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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